홍진경 딸도 빠진 '디지털 성형'⋯10대 '과몰입'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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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이 올린 딸의 보정 전(왼쪽)과 보정 후 사진. (출처= 홍진경 인스타그램 캡처)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사각턱이 '빗살무늬토기'처럼 날렵해지고, 동영상 속 움직이는 얼굴까지 실시간으로 깎고 다듬어진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정 앱을 활용한 이른바 '무료 디지털 성형'이 일상화되면서, 이를 단순한 놀이로 볼 것인지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는 사회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송인 홍진경이 8일 공개한 딸 김라엘과의 일화는 10대들의 보정 문화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 씨는 자신의 SNS에 딸의 보정된 사진과 함께 '#가짜의삶'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모녀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홍진경은 "네 인생 자체가 가짜다. 그냥 네 생얼(민낯) 자체를 인정하고 너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며 딸을 걱정하자, 라엘은 "엄마 그냥 우리 손잡고 가짜의 삶으로 나가자. 이렇게라도 내 멘탈을 지켜야 해"라고 응수했다. 이는 기성세대에게는 '왜곡'으로 보이는 보정 필터가, 10대들에게는 자존감을 지키고 또래 집단에 소속되기 위한 '필수 생존 도구'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틱톡 등 숏폼 플랫폼과 보정 애플리케이션의 기술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 정지된 사진 보정에 그쳤던 기술은 이제 인공지능(AI)과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동영상에서도 눈을 키우거나 체형을 바꾸는 등 신체 결함을 실시간으로 보완한다. 움직임에 따라 필터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어 육안으로는 실제 모습과 보정된 모습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성형'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 '외모 정병', 자신의 실제 얼굴에 권태를 느낀다는 '얼태기(얼굴+권태기)' 등의 신조어가 10대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SNS 속 타인의 완벽한 모습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거나, 보정된 가상의 자아를 실제 자신으로 착각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보정을 풀면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오프라인 만남을 꺼리는 등 현실 부적응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가상공간 속 '가공된 나'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현실의 자신을 부정하거나 심각한 자존감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의 특성상,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가상의 아름다움'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자기 인식' 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과도한 필터 사용과 SNS 중독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등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보정의 일상화' 속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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