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등록 7만5000명 돌파
기술·투자·인재 한자리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경쟁의 무게 중심이 기술에서 공급망과 투자, 인재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세미콘코리아 2026’은 반도체 전시회가 기술 전시를 넘어 산업 전략을 점검하는 무대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은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협력과 경쟁 구도를 동시에 드러낸 현장이었다. 기술과 투자, 글로벌 협력, 인재를 한 무대에 묶으면서 세미콘은 전시 중심 행사에서 산업 협력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EMI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트랜스폼 투모로우(Transform Tomorrow)’를 주제로 코엑스 전관과 인근 호텔까지 공간을 확장해 열렸다. 참가 기업은 550개, 전시 부스는 2409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전 등록자도 7만5000명을 넘어섰다. 국내 반도체 산업 종사자가 약 13만 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행사에 관심을 보인 셈이다.
올해 세미콘코리아의 가장 큰 변화는 AI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전시 부스뿐 아니라 SEMI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 주관하는 AI 써밋, 셀렉트USA와의 미국 투자포럼, 한국·네덜란드 기술 협력 세미나, 대학생 멘토링 등 3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론, 키오시아 등이 참여했다.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KLA 등 글로벌 장비·소재 기업도 대거 참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이날 엑셀리스(axcelis), TEL 등 주요 협력업체 부스를 방문하며 협력사들과 공급망 전략을 점검하기도 했다. 차지현 SEMI 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한국 기업이 약 60%, 해외 기업이 40% 수준”이라며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서는 메모리 기술의 구조적 전환과 AI 기반 연구개발(R&D)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성훈 SK하이닉스 R&D공정 담당 부사장은 “메모리 산업은 전례 없는 기술 난이도에 직면해 있다”며 AI 기반 협업과 데이터 활용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향후 데이터센터 워크로드와 메모리 요구량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AI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 축이 칩 성능 중심에서 공급망과 생산 역량으로 이동하면서 전시회 성격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장비와 기술 전시 중심이었던 세미콘이 최근에는 투자 협력과 기술 동맹 논의까지 포함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언급하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호황기일수록 다음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며 “소부장 경쟁력이 산업 변동성을 완화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연구와 투자 환경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