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불장이다. 코스피 5300은 숫자 하나로 시대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그런데 축배보다 긴장감이 더 크게 번진다. “지금 들어가도 되나.” “지금 안 사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표현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확신이라기보다 조급함이다. 상승을 믿어서가 아니라 뒤처질까 봐 뛰어드는 심리다. 투자의 성격도 달라졌다. 예·적금이 깨지고 퇴직금이 움직인다. 대출까지 얹힌다. 부동산으로 향하던 레버리지는 ‘빚투’로 증시에 붙는다. 계산된 선택이라기보다 추격에 가깝다.
정치의 언어가 겹치면 불장의 온도는 더 뜨거워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은 ‘국장 확신’으로 번역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로 0.5%포인트 올렸고 해외주식은 1%대로 줄였다. 개인의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심리) 위에 연기금의 방향성까지 얹히면 돈은 한쪽으로 더 쏠린다. 문제는 쏠림이 강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쏠림은 상승의 엔진이기도 하지만 되돌림의 스프링이기도 하다.
요즘 장세가 딱 그렇다. 2월 초 코스피는 하루 5% 넘게 빠졌다가 다음 날 7% 가까이 튀어 올랐다. 며칠 뒤 다시 4% 안팎으로 꺾였다가 또 4%대로 반등했다. 급격한 롤러코스터 장이다.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매도→매수→매도로 연달아 걸리면서 투자자들의 현기증을 유발했다.
체감과 지수의 괴리도 커졌다. 최근 한 달 동안 시장 전체에서 하락 종목이 더 많았던 날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지수는 오르는데 내 주식만 안 오른다”는 하소연이 쌓이는 이유다. 돈이 시장 전체로 퍼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가총액 상위의 몇 개 업종으로만 몰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의 방향을 설명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지수 상승=내 수익’이라는 등식은 점점 성립하기 어렵다.
개인의 매매는 그 진폭을 키운다. 2월 들어 개인은 하루 4조~6조 원대 순매수를 기록했다가 이튿날 2조~3조 원대 순매도로 급히 돌아섰다. 방향이 너무 빠르게 바뀐다. 판단이 쌓이기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장세다. 이런 시장에서는 수익을 맞히는 것보다 손실을 견디는 일이 더 어렵다.
문제는 그 진폭을 떠받치는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100조 원을 넘어 한때 111조 원까지 불었다. 현금이 많으면 시장이 든든해 보이지만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는 다르다. ‘떨어지면 산다’는 자금이 반복적으로 유입될수록 반등은 커지고 그만큼 되돌림도 깊어진다.
불안은 지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통하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0선을 넘어섰다. 팬데믹 초기 이후 6년 만이다. 이번에는 경기 붕괴 공포보다 호황 속 과열과 쏠림이 키운 변동성이라는 점에서 더 불편하다. 공매도와 맞닿아 있는 대차거래 잔액도 141조 원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빌려 간 주식이 그만큼 쌓였다는 것은 필요할 때 매도로 전환될 수 있는 ‘대기 공급’이 커졌다는 뜻이다. 조정 국면에서는 하방 압력으로, 급반등 국면에서는 숏커버링(상환 매수)으로 등락폭을 키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상승이 아니라 맹신이다. 불장이 상식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위험을 계산하기보다 이야기에 올라탄다. 코스피 5300은 기록일 뿐이다. 역사적 고점이 리스크를 지워주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맹신에 의한 베팅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를 분명히 정하는 일이다. 상승장을 당연하다고 믿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불장은 언제나 끝난 뒤에야 과열이었음을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