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율 90%…온도 조절•껍질분리 완벽
국내 제조사 중 ‘빈투바’ 유일 공정…‘프리미엄 가나‘ 생산

롯데웰푸드가 지난해 150억원을 들여 새 설비로 단장한 양산공장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국내 유일의 카카오 가공 설비로 한국 초콜릿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10일 오후 2시 경남 양산시 삼막동에 있는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에 들어섰다. 절차는 까다로웠다. 위생복을 입고 손과 발을 감쌌다. 머리는 위생망으로 덮고 마스크도 썼다. 그럼에도 코끝에 달콤한 냄새가 맴돌았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 향기는 이곳이 초콜릿 생산의 최전선임을 실감케 했다.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양산공장은 대지면적만 9만7947㎡(약 3만평)에 달하는 롯데웰푸드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면적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제과 공장 중 손에 꼽힌다. 이날 공장에서는 'ABC초콜릿' 생산이 한창이었다. 몰드에 담긴 초콜릿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생산량만 8800~9000박스에 달한다. 빼빼로를 위해선 1년 내내 공장을 풀가동하고 겨울철에는 '찰떡아이스' 등 빙과류 생산도 병행한다.
공장 초입에서 가공 전 카카오 빈을 손에 쥐어봤다. 딱딱하고 거칠었다. 검붉은 빛깔에 배 씨앗을 닮은 작은 덩어리가 달콤한 초콜릿으로 변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 지 궁금했다.
비밀은 'LBCT(Low Bacteria Color Treatment)' 라인에 있었다. 1995년 도입된 설비가 30년 세월을 버티다 지난해 150억원을 들여 새로 태어난 곳이다. 생산 능력(CAPA)을 향상시키면서 초콜릿 맛을 지켜온 양산공장의 심장부다.
LBCT라인은 카카오빈을 가공해 초콜릿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맛과 향을 해치는 저해 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뤄진다.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힌다. 롯데가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온도와 조건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이상적인 원료를 만들어낸다.

공정은 세밀하고 웅장했다. 거대한 기계 소음이 공간을 메웠다. 먼저 '위노어(Winnower)'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임팩트 크러셔가 카카오빈을 부수고 있었다. 진동과 바람을 이용한 '풍력 선별(Wind-sifting)' 방식이다. 가벼운 껍질은 날아가고 무거운 알맹이(카카오 닙)만 아래로 떨어졌다. 껍질과 알맹이를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분리된 닙은 '로스터(Roaster)'로 이동했다. 이곳은 뜨거웠다. 140도 고온에서 볶아지는 과정이다. 알칼리 처리를 통해 산성인 카카오 빈을 중성화하고 미생물을 죽인다. 설비 관계자는 "전도와 대류를 병용하는 로스팅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기존보다 10% 줄였다"고 설명했다.
볶아진 닙은 분쇄 공정으로 들어갔다. '프리그라인드(Pregrind)'가 닙을 0.20~0.25mm 크기로 거칠게 부셨다.
곧이어 핵심 설비인 '볼 밀(Ball Mill)'이 등장했다. 거대한 원통형 기계다. 이곳에서 입자를 2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미세하게 갈아낸다. 기계 내부는 수냉 방식이 적용됐다. 마찰열로 인한 풍미 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갈아진 닙에서 코코아 버터가 녹아 나왔다. 걸쭉한 갈색 액체인 '카카오 매스'다. 갓 나온 카카오 매스를 맛봤다. 달콤함은 없었다. 혀끝이 아릴 정도로 쓰고 신맛이 났다. 설탕이 섞이지 않은 100% 카카오 원액의 맛은 강렬했다.
경쟁사들은 이 카카오 매스를 전량 수입해 쓴다. 반면 롯데웰푸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카오빈의 수입부터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직접 수행하는 '빈투바(Bean to Bar)' 시스템을 갖췄다. 가나, 베네수엘라 등 산지에서 들여온 원두를 직접 가공해 롯데만의 맛을 낸다.
롯데웰푸드가 카카오 매스를 직접 생산하는 이유는 뭘까. 직접 가공하면 원하는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 설비 도입 후 생산된 초콜릿에 대해 관계자는 "산미를 줄이고 쓴맛을 높여 초콜릿 본연의 맛에 집중했다.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며 “입자는 더 고와져 식감이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의 자동화도 눈에 띄었다. 자동화율은 90%에 육박한다. 원료 투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이 기계로 돌아간다. 컨트롤 룸에서는 단 한 명의 직원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소수 인력으로 거대한 설비를 통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75년 출시돼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가나초콜릿. "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주시오"라던 신격호 창업주의 철학은 150억원이 투입된 LBCT 라인과 국내 유일의 '빈투바(Bean to Bar)' 공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한정판과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2030 세대에 맞춰 '프리미엄 가나' 라인을 강화하며, 가나를 명실상부한 1위 초콜릿 브랜드로 굳힌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