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 개입·수익률 훼손 우려” 경계

국민연금의 주주권 확대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반면, 연기금의 영향력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관치’ 우려도 제기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투자 기업 120곳 가운데 주주관여 활동 대상 기업을 40곳만 선정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 1173곳의 3.4%에 그친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학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단순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려면 연기금의 실질적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황현영·김선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연기금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으로서 수탁자 책임 활동을 가입자에게 투명하게 보고해야 하며, 자산을 위탁한 경우 위탁운용사의 책임투자 활동도 함께 점검·보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민연금은 회사 제안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만 공표하지만, 일본처럼 주주 제안 찬성 비율도 공개해야 한다”며 “기업과의 대화 횟수와 안건, 대화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대규모 자금을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만큼,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질적으로 평가하면 자산운용사의 자발적 책임투자를 유도하는 중요한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처럼 획일적인 평가 방식 대신 이행 노력과 수준을 반영해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재계와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가 ‘연금 사회주의’ 또는 관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낸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260곳을 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기조가 의결권 행사에 반영되면, 사실상 행정부의 간접적인 경영 개입 통로로 작동할 것이라는 우려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다는 구조적 특성상 정치적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물적분할, 유상증자, 인수합병(M&A) 등 지배구조 재편이나 자금조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나 조건부 찬성이 늘어나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주주대표소송 등 제도가 확대되면 경영진 책임 부담이 커져 신사업 투자와 장기 전략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오히려 기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단기 주주환원 요구가 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을 약화시켜 장기 성장성과 기금 수익률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평가와 공시 의무 강화, 중점관리사안 확대 등으로 기업의 자료 제출 부담과 대응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