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네이션 요구에 안전점검 4개월→8개월 전격 수용, 공공시설 1000억대 추가 투입 예고…"갑을 뒤바뀐 협상, 책임 물을 것"

경기도가 K-컬처밸리 아레나 사업의 기본협약 체결을 돌연 연기하면서 20년 가까이 완공을 기다려온 108만 고양시민에게 또 한번의 기약 없는 기다림을 안겼다. 협상테이블에서 '갑'과 '을'이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10일 경기도와 고양시에 따르면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6일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과의 기본협약 체결시점을 당초 2월 20일에서 12월로 10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완성해야 할 책임자로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안전점검 확대와 사업 완성도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김 부지사는 인사말에서 "죄송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핵심 쟁점은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기존 협약을 해제할 때 내세웠던 명분이 다름 아닌 '속도'였다는 사실이다. 기존 사업자보다 빨리, 더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던 약속은 이번 연기 발표와 함께 사실상 백지화됐다.
라이브네이션은 공정률 17%인 기존 구조물 인수에 따른 잠재적 하자를 이유로 정밀안전점검을 요구했고, 경기도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점검 범위는 구조물에서 흙막이 시설·지반 등 T2 부지 전반으로 확대됐고, 기간은 4개월에서 8개월로 두 배 늘어났다.
라이브네이션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GTX역과 아레나를 잇는 보행환경 개선, 대규모 주차공간 확보, 공사 중 차폐시설 설치 등 외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 김 부지사 스스로 "이러한 시설들은 1000억 원대까지 갈 수 있는 규모"라고 인정했다. 여기에 아레나 준공 전인 2027년부터 야외 임시공연장 운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이기헌 국회의원은 "우리가 '갑'이 아니라 '을'이 된 느낌이고, 주민들이 '을'이 된 느낌"이라며 "경기도가 이 상황에 대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만약 올해 안에 기본협약이 체결되지 못한다면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국회 차원의 고강도 조치를 예고했다.
고양특례시의회 'K-컬처밸리 성공적 완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즉각 반발했다.
특별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행정의 책임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버린 일방적 통보"로 규정했다. 최성원 위원장과 손동숙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정밀안전진단의 조속한 시행 및 투명한 결과 공개, 시민·의회와의 정기적 소통체계 마련 등을 담은 촉구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곽미숙 의원(국민의힘)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발표문이 '확정'이 아니라 '검토'와 '논의'로 가득하다"며 "협약 체결을 2026년 12월, 즉 차기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책임을 뒤로 넘기려는 '폭탄 돌리기'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의원은 "안전은 당연히 확보해야 할 원칙이지만, 그 과정과 일정이 이렇게 급변했다면 이는 도가 애초에 기초현황조차 충분히 점검·관리하지 못한 채 협상을 끌어왔다는 방증"이라며 신속추진 약속 파기에 대한 고양시민 사과, 확정된 착공·준공 로드맵 제시, 안전점검 변경사유와 결과의 투명 공개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경기도는 연장된 기간을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닌,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골든타임"이라고 해명했다. 안전점검 결과 중대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기본협약 체결 후 3개월 이내 공사 재개, 43개월 이내 준공이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4년 6월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 해지 이후 새 우선협상대상자인 라이브네이션과의 협상이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면서, 30조원 경제효과와 20만 개 일자리를 내건 K-컬처밸리 사업이 2030년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속도'를 명분으로 판을 뒤집고, 다시 '안전'을 명분으로 10개월을 늦춘 경기도. 20년을 기다려온 108만 고양시민에게 이번에는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