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길 돌린 장민영 기업은행장⋯“정부와 공감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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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19일 만에 본점 출근 시도⋯노조 저지로 또다시 무산
“저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정상 업무 수행하도록 협조 부탁”
금융위·재경부 협의 필수⋯기업은행 경영 공백 사태 장기화 전망

▲장민영 기업은행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출근길에서 노조와 대치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19일 만에 서울 중구 본점 출근을 재차 시도했지만, 노조와 대치 끝에 발길을 돌렸다. 갈등의 핵심인 총액인건비제는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기업은행의 경영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 행장은 10일 오전 8시 35분께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갔다. 지난달 23일 첫 출근 시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장 행장은 노조와 만나 “그동안 진행 상황이 있었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니까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며 “정부와 소통해서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이 문제가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이라고 얘기하고 계신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대통령께서 임명한 사람”이라며 “출근 저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장으로서 정상적 업무 수행을 하면서 정부와 협상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서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수년째 반복되는 얘기”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을 가져올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장 행장은 “충분히 이해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이후 장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액인건비 한도 내에서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부분적 예외 승인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고,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며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1년에 사용할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집행하는 제도다. 인건비 상한선으로 인해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지급하고 있는데, 휴가가 누적돼 사실상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지며 노사 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노조가 집계한 2024년 기준 1명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 전체로는 44만2965일에 달한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2024년 말 기준 미지급 시간외수당 규모는 총 78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600만 원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은행의) 임금 체불이 1000억 원대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기존 설명만 반복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기업은행의 예산과 운영을 관리·감독할 책임은 금융위원회에 있고, 인건비 총액 조정 등 제도 운영은 재정경제부가 주관한다. 제도 개선이나 정부 부처 간 입장 정리가 선행되지 않는 한 노사 간 합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지난주부터 금융위와 총액인건비제 관련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노조 측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총액인건비제 해결책을 가져올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설 연휴 이후 청와대와 금융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윤종원 전 행장은 2020년 취임 직후 노조가 ‘관치 인사’라고 반발하며 임명 27일째가 돼서야 본점에 출근한 바 있다. 다음 주부터 설 연휴에 접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장 행장이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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