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서 터진 김상겸의 '4전 5기’

스포츠는 종종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날아온 ‘깜짝 메달 소식’이 그랬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 주인공은 모두의 예상을 깬 '37세 베테랑' 김상겸(하이원)이었는데요. 세계랭킹의 열세, 적지 않은 나이, 앞선 세 번의 올림픽 실패라는 악조건을 딛고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상겸의 질주는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 속에 숨 쉬고 있는 ‘반전의 DNA’를 다시금 일깨웠는데요. 우리를 전율케 했던 올림픽 속 결정적인 순간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당일은 모태범의 21번째 생일이었는데요. 당시 세계랭킹 14위였던 그는 우승 후보 명단에 없었습니다. "즐기다 오겠다"던 그는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를 기록,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는데요. 한국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이었습니다.

경상북도 의성 출신의 친구, 자매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전까지만 해도 메달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그들은 예선에서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 스웨덴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자이언트 킬러'로 떠올랐죠. 전국에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획득한 은메달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낸 값진 성과였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차민규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찍은 기록은 34초42, 올림픽 타이기록이었는데요. 하지만 바로 다음 조의 호바르 로렌젠(노르웨이)이 34초41을 기록하며 단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내줬죠.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차민규가 보여준 깜짝 역주는 평창 최고의 반전 중 하나였습니다.
가장 최근의 '깜짝 스타'는 지난 여름 2024 파리올림픽에서 나왔는데요. 사격을 시작한 지 겨우 3년 된 만 16세의 고교생 반효진이 그 주인공이었죠.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0.1점 차로 금메달을 명중시켰는데요. 한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이자 역대 최연소 금메달 기록이었습니다.

부상과 징크스, 압도적인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뒤집는 명승부도 있었는데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포츠 승부의 최대 이변 ‘도파민’ 대역전극이죠.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펜싱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당시 세계선수권 준우승자였던 김영호였지만 상황은 최악이었죠. 훈련 도중 갈비뼈 부상을 입었고 유럽의 텃세는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결승 피스트에 선 김영호는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독일의 랄프 비스도르프를 15-14, 한 점 차로 찔렀는데요. 아시아 남자 펜싱 최초의 금메달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 상대는 당시 '탁구 괴물'로 불리던 중국의 왕하오였는데요. 왕하오의 이면타법 앞에 세계 탁구계가 무릎을 꿇었고 유승민 역시 상대 전적에서 절대적 열세였죠. 전문가들조차 '은메달도 잘한 것'이라 평했을 정도였는데요. 유승민은 예상을 비웃듯 신들린 포핸드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4-2로 제압,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의 반전은 모태범으로 그치지 않았는데요.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탈락 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죠. 10000m 결승 상대는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 모두가 크라머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으나 이승훈은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요. 크라머가 코스 침범으로 실격되면서 행운의 금메달 주인공이 됐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사브르의 김지연은 준결승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세계 1위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만났는데요. 경기 중반 5-12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김지연은 기적 같은 연속 득점으로 15-13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도 승리하며 한국 여자 펜싱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죠.

2016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 10-14, 단 1점만 내주면 패배하는 벼랑 끝에서 박상영은 주문을 외웠는데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죠. 헝가리의 베테랑 게자 임레를 상대로 내리 5점을 따내며 15-14 대역전극을 완성했는데요. 이 장면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인 ’멘탈 승리‘로 기록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