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윤종원 전 행장, 27일 만에 출근⋯기록 경신 가능성
금융위-재경부 등 엮인 사안⋯ 노사 간 합의만으로는 한계 지적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18일째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싸고 노조와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9일 장 행장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출근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첫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 투쟁으로 발길을 돌린 뒤, 줄곧 본점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장 행장의 공식 취임식 일정 역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노조는 ‘총액인건비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을 사전에 정해두고 해당 범위 내에서 급여와 수당을 집행하도록 한 제도다. 인건비 총액이 상한선에 묶이면서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을 현금 수당이 아닌 보상휴가로 대체해 왔다.
문제는 초과 근무가 상시화된 현장 여건 속에서 보상휴가를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휴가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노동의 대가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단순한 근로조건 문제가 아닌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집계한 2024년 기준 1인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로, 전체 누적 일수는 44만2965일에 달한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2024년 말 기준 미지급 시간외수당 규모는 총 780억원이다. 1인당 평균 약 600만원 수준이다.
앞서 윤종원 전 행장도 2020년 취임 직후 노조 반발로 임명 27일째가 돼서야 본점에 출근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윤 전 행장을 임명하자 ‘관치 인사’라는 반발이 제기됐고, 이후 노사가 공동 선언문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출근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의 투쟁은 당시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의 예산과 운영을 관리·감독할 책임은 금융위원회에 있고, 인건비 총액 조정 등 제도 운영은 재정경제부가 주관한다. 제도 개선이나 정부 부처 간 입장 정리가 선행되지 않는 한 노사 간 합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감독기관으로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기관에 대한 예외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총액인건비제를 적용받는 다른 공공기관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협의는 진행 중이지만, 결국 최종 결정 권한은 재경부가 쥐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지난주부터 금융위와 총액인건비제 관련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노조 측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됐다면 대화를 시도했을 것”이라며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금융위 쪽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6년 전 윤종원 행장 때보다 쟁점은 오히려 명확하다”면서도 “설 연휴에 이어서 대치는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노조는 청와대와 금융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