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44% 올리고 장례비·스포츠카까지…먹거리 업체 탈세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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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조미료·물티슈·프랜차이즈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무더기 적발
국세청, 담합·독과점 악용 103곳 조사…1785억원 추징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안정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밀가루 가격을 수년간 담합으로 44.5% 끌어올린 뒤 사주 일가의 장례비와 고급 스포츠카 수리비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가공식품 업체.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과점 지위를 이용해 간장·고추장 가격을 인상하고, 늘어난 이익은 자녀 소유 계열사로 이전한 조미료 제조사. 물티슈를 팔면서 실체 없는 특수관계 회사를 끼워 넣어 유통비를 부풀린 생필품 제조업체까지.

국민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 인상을 악용한 탈세 수법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담합·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고 세금을 회피한 업체들을 조사해 178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9일 물가안정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가공식품 제조업체와 농축산물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103개 업체를 조사해 총 3898억원의 탈루 소득을 적출하고 1785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거짓 계산서 수취하여 담합이익 축소하고, 사주 일가 인건비 과다 지급, 계열사로부터 고가 매입하여 담합이익을 분여한 밀가루 가공업체 (자료제공=국세청)

조사 결과 가장 규모가 컸던 분야는 가공식품이었다. 밀가루 가공업체들은 제조사 간 사전 공모를 통해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고 지역과 거래처를 나눠 수년간 가격과 출하량을 담합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 가격은 44.5% 인상됐다. 이후 거짓 계산서를 주고받아 원가를 부풀리고, 사주 일가에게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거나 계열사로부터 고가 매입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 이익을 축소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 업체는 사주 일가의 장례비와 고급 스포츠카 수리·유지비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미료·장류 제조업체의 탈세 수법도 유사했다. 주요 원재료의 국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10% 넘게 인상했고, 그 결과 수십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수백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 이익 역시 사주 자녀 소유 법인으로부터 포장용기를 고가에 매입하거나 고액의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축산물 유통과 생필품 분야에서는 ‘원가 부풀리기’가 핵심 수법으로 나타났다. 할당관세 혜택을 받아 과일을 저가에 수입하고도 판매 가격은 오히려 인상한 청과물 유통업체가 적발됐고, 차익은 특수관계법인에 과다한 유통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전됐다. 국민 생활용품인 물티슈 제조업체는 실체 없는 관계 회사를 거래 구조에 끼워 넣어 유통비를 부풀리고, 상표권을 사주 개인 명의로 등록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 물가 상승을 주도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대형 가맹본부는 가맹지역본부로부터 받은 로열티와 광고분담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 가족에게 수십억원의 급여를 지급해 소득을 축소했다. 분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격을 11% 인상하는 동시에 용량을 20%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마진을 확대하면서도 신규 가맹비 등은 신고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국민 먹거리 독·과점 업체 3곳이 전체 추징세액의 약 85%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 중인 4차 세무조사에서도 먹거리·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야기한 14개 업체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앞으로도 담합·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고 정당한 세금을 회피하는 생활물가 밀접 업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조사 결과와 연계해 즉각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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