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B 김준기 창업회장 검찰 고발...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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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지배력 유지, 사익 위해 장기간 재단·산하 회사 은폐
공정위 "대기업집단시책 근간 훼손 정도가 매우 커 고발 결정"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과정에서 재단 및 산하 회사 15개를 소속 현황에서 빠뜨린 혐의다. 대기업집단시책 근간 훼손 정도가 매우 컸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8일 이런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와 관련 DB의 동일인인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B는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도입된 1987년 처음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왔다. DB는 지난 5월 1일 기준 공정자산총액 14조8000억 원으로 자산 규모 순위 40위에 해당한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기업집단 DB의 창업자로서 현재까지 DB의 동일인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DB 측이 재단회사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DB그룹은 계열사들을 제조서비스그룹, 금융그룹, 보험그룹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DB아이엔씨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 회사의 지분 43.7%를 소유하고 있으며 동일인은 이 회사를 통해 제조서비스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DB하이텍은 DB 소속 비금융 계열사 중에서 재무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지만, 동일인 측 지분율이 23.9% 정도로 낮다. 2023년에는 경영권 공격까지 받은 적이 있어서 동일인 측은 DB하이텍의 내부지분율 유지에 민감한 상황이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재단 회사들은 DB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DB캐피탈 등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가며 자신들에게는 불필요한 인천 소재 부동산을 디비하이텍에게서 매수했다. 또한 DB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시에도 디비캐피탈 등으로부터 무리한 대출을 받아가며 동부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DB 측은 최소 2010년부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이들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부터는 이들 재단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DB 측의 관심사항은 오로지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확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 회사들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단 회사에 위험부담을 지게 하고 이익은 총수일가가 얻게 함으로써 그 자금으로 DB 지배구조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DB 측은 재단 회사가 외견상 계열사가 아니므로 부당지원 등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재단 회사들의 이런 행태는 독립적인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고, 일련의 정황을 통해 DB 동일인의 지배력이 실질적으로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아울러 공정위 조사 결과, 재단 회사들을 DB의 계열사로 내부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외부에 드러날까봐 은폐한 정황도 확인됐다. DB 측이 작성한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포도 등 발송명단 등의 수년간의 각종 문서에는 DB 소속회사뿐 아니라 재단 회사들의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공정위 조사 결과 DB의 총수 및 총수일가, 주력계열사(디비하이텍, 디비아이엔씨, 디비손해보험)들이 재단 회사들과 수년간 자금·자산 등을 거래한 내역도 다수 확인됐다. 또한 DB와 재단 회사 간에 임직원 겸임을 비롯해 DB 소속 임직원이 재단 회사의 임직원으로 선임됐다가 다시 DB 소속으로 복귀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 등 수십 년 간 다양한 인사교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회사들은 총수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 지분 확보, 경영권 방어 등에 수시로 동원됐고, 총수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사례까지 확인돼 총수 모르게 이런 사안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한 공정위 조사 결과, DB 측은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매우 장기간 은폐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다. 결과적으로 DB 측은 부당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재단회사들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실제로는 동일인의 지배하에 두면서도 동일인 측의 기업집단 지배력 유지 및 사익에 활용하기 위해 장기간 은폐해 온 다수의 '위장계열사' 그룹 군의 실체를 결국 밝혀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집단의 계열관계 판단에 있어 일반적인 '지분율 요건'이 아닌 동일인 측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를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거래관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충분히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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