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와 상충하지만 지방소멸 막으려면 행정통합 불가피”

“권한과 돈은 쥐여주지 않고 간섭만 하니 전국 지방자치단체 벽화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과감하게 권한을 넘겨주고 대신 결과에 냉혹하게 책임을 묻는 구조로 가야 한다.”
이향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학교 교수)은 4일 서울 논현동 이투데이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역사가 3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는 지방을 신뢰하지 못해 ‘깨알 지침’을 내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6일 취임한 이 회장은 지방자치학회의 첫 여성 회장이다.
그는 현재의 자치분권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진단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 7대 3에 머무는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중앙의 ‘보조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역소멸과 지역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다. ‘내 병은 내가 고쳐야’ 한다”며 “중앙이 예산 사용처를 하나하나 규제하다 보니 지방은 창의적인 정책 대신 중앙 입맛에 맞는 천편일률적인 사업만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는 파격적인 재정·권한 이양과 성과 책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산을 알아서 쓰게 하되 낭비하거나 성과를 못 내면 미국처럼 지자체가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줘야 한다”며 “망하면 망하게 둬야 주민이 심판하고, 그래야 지방정부 역량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회 정당공천제’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이 회장은 “기초·광역의회 의원은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고 의전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한다”며 “결과적으로 그들이 내놓은 정책이 주민들이 보기엔 썩 만족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의회 의원들이 중앙당 공천을 받는 구조가 때로는 부정부패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면서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중앙당의 하부 조직이 아닌 생활정치를 구현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의되는 행정구역 통합에 관해선 “자치와 상충하는 문제가 있지만 행정서비스 제공 측면에선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규모를 줄여야 하고, 규모가 작을수록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자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면서도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으로 소멸 위기지역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자치와 다소 모순되더라도 소규모 지역들을 묶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올해 한국지방자치학회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방자치 역량 제고다.
이 회장은 “AI 기술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도구”라며 “지자체가 AI를 활용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AI 시대 자치분권 역량 강화’를 모토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6월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 정책 검증도 주요 현안이다. 그는 “권역별로 필요한 공약을 제안하는 세미나를 시작으로 총 5회에 걸쳐 후보자 토론과 공약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현금 살포 정책보다는 청년 일자리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공약이 나오도록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