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국 프리미엄’ vs ‘차이나 리스크’…공급망 핸들 잡은 韓 ‘외줄타기’ [탈중국 비용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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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무역블록' 의장국 맡아
G2 패권 경쟁에 공급망 안정 중책
中 자원 보복 땐 특정광물 단절 우려
물류 등 제조업 연쇄 셧다운 우려
"의장국 역할ㆍ산업피해 최소화 설계를"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확보와 중국발 자원 보복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무역 블록인 ‘포지(FORGE) 이니셔티브’ 의장국에 오르며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섰으나, 동시에 중국의 자원 무기화 보복을 감내해야 하는 ‘외교적 외줄타기’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동맹의 신뢰라는 ‘의장국 프리미엄’ 이면에 우리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차이나 리스크’의 계산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서 격상된 미국 주도 자원 블록인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포지 이니셔티브)’의 초대 의장국을 오는 6월까지 수임한다. 포지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독점에 맞서 한국 등 우방국들과 결성한 다자간 협력체다. 전 세계에 흩어진 리튬·니켈·희토류 등 첨단 산업 필수 광물을 결합해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미·중 자원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우방국 중심의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미국 첨단기술제품(ATP) 시장 내 중국의 빈자리를 아세안과 대만 등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 미 수입시장 내 5대 첨단기술 제품 비중은 지난 10년간 약 3배(7.5%→20.6%) 급증했으나,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30.1%포인트 급락하며 공급망 주도권의 거대한 이동을 증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단순하지 않다. 미국이 대중 압박을 관세와 투자 제한에 이어 공급망 블록화로 끌어올리면서 ‘중국 리스크’는 더 구조화됐다. 포지의 핵심은 공급망을 중국 중심의 ‘정제·가공’에서 떼어내 동맹권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핵심광물은 채굴보다 정제에서 병목이 생기고 정제 병목은 곧 제조업 생산 중단으로 연결된다. 한국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전기 전자, 자동차까지 ‘광물-소재-부품-완제품’이 촘촘히 이어진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특정 광물의 단절이 연쇄 셧다운으로 번질 여지가 크다.

포지 의장국 수임은 공급망 표준 설정과 프로젝트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인 동시에, 중국의 자원 보복에 정면 노출되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특히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소재·부품 조달 공백은 물론, 비중국산 전환에 따른 물류·정제 비용 급증이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안의 핵심은 ‘의장국 역할’과 ‘산업 피해 최소화’를 분리해 설계하는 것이다. 의장국이 주도할 사업을 ‘대체 가능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공급 공백을 만들지 않는 품목부터 조달을 다변화하고 정제 병목이 큰 품목은 재고·장기계약·대체소재 개발을 묶어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의장국 역할을 ‘행정부의 신뢰’로 표현했다. 동맹에 대한 신뢰는 협상력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의장국 프리미엄’이 ‘독이 든 성배’로 변하지 않으려면 한국이 설계·집행 단계에서 현실적 부담을 줄이는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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