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짜는 AI, 개발사 밥그릇 걷어차나요"…뉴욕증시 덮친 'SW 파괴론'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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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날 때 SW주는 추락…월가 "AI가 SaaS 모델 붕괴시킬 것"
'1인 1계정' 공식 깨질 수도…인력 감축이 곧 소프트웨어 매출 하락으로
일각선 "과도한 공포" 반론…단순 도구 넘어 '플랫폼' 경쟁력 따져야

(출처=클립아트코리아X이미지투데이)
"AI 혁명이라는데, 왜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걸까요?"

최근 뉴욕증시를 지배하는 가장 뜨거운 논쟁이자 미스터리입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하드웨어·인프라 기업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축포를 터뜨리는 사이, 정작 AI 기술을 서비스로 구현해야 할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몽고DB 등 간판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섬뜩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파괴론(Software Disruption)'입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 모델 자체를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덮친 것입니다.

◇ "직원이 줄어드는데 누가 돈 내고 쓰나요"

(출처=클랍아트코리아X이미지투데이)
공포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실리콘밸리 SW 기업들을 지탱해 온 성공 방정식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이 AI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철저하게 '머릿수' 장사를 해왔습니다. 기업 고객의 직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매달 받는 구독료가 늘어나는 구조였지요.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이 이 공식을 흔들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비서) 한 명이 직원 10명분의 업무를 처리한다면, 기업이 굳이 10개의 소프트웨어 계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최근 "AI 챗봇이 상담원 700명의 업무를 대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곧 700명분의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계정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AI가 가져올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역설적으로 기존 SW 기업에는 '매출의 파이'가 줄어드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 "코딩하는 AI, 굳이 비싼 SW 쓸 필요 있나요"

(출처=클립아트코리아X이미지투데이)
더 근본적인 위협은 '소프트웨어의 상품성 하락'입니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코딩 능력을 갖추면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어도비나 세일즈포스 같은 빅테크의 툴을 비싼 돈을 주고 써야만 했습니다. 대체재를 만들기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명령만 내리면 뚝딱하고 필요한 업무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존 SW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높은 진입장벽이 AI라는 불도저 앞에서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월가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SW 기업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AI가 기존 SW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 과도한 공포일까, 예고된 미래일까

▲삼성전자 2025년형 TV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삼성전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과도한 공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I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죽이는 칼이 아니라, 더 비싼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셀과 워드에 '코파일럿' 기능을 탑재해 구독료를 인상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비록 사용하는 직원 수는 줄어들지 몰라도, AI 기능이 추가된 고가의 프리미엄 버전을 판매함으로써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결국 시장은 '옥석 가리기'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고 정리하는 수준의 '껍데기' 소프트웨어 기업은 AI에게 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거나,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깊숙이 침투해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 된 기업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파괴론'은 과장된 공포일까요, 아니면 다가올 몰락의 전조일까요? 확실한 건, "자리만 차지하면 돈을 벌던" 소프트웨어의 황금기는 저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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