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유통법 개정 논의
현행법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시간·의무휴업 14년째 이어져
규제 동안 쿠팡 등 이커머스 급성장, 대형마트 비중 10%이하 추락

미국 월마트(Walmart)가 소매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50조 원)를 돌파하며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가운데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대형마트업계에도 반등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월마트의 성공 비결은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옴니채널’ 전략과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에 있었는데, 우리 정부와 여당이 최근 국내 대형마트의 심야영업 제한 시간 내 온라인 배송 허용 등 낡은 규제를 거두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 쿠팡 등 이커머스에 시장 점유율을 크게 내준 대형마트 기업들은 새벽배송과 점포기반 즉시배송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실무협의회를 열고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심야 시간대 점포 운영이 막혀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시간대 온라인 주문 처리와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기 어려웠다.
당·정·청이 검토 중인 개정안에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 규정이 입법되면 대형마트도 심야 시간에 포장·반출·배송 등 물류 중심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이 가능해진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도입돼 올해로 시행 14년째다. 그러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동안 제도가 산업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프라인 유통만 규제를 받는 구조 속에서 시장 경쟁 구도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이 사이 온라인 유통은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별도의 영업시간 제한 없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규제로 발이 묶인 동안 온라인 업체들이 물류 경쟁력을 키우며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까지 내몰린 것도 규제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 업태의 위축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의 업태별 매출 비중은 9.8%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규제의 끈을 조였던 반면 미국 월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해 온라인 배송과 즉시배송을 결합한 O2O(온·오프라인 통합) 모델을 구축, 사상 첫 1조 달러 클럽에 들었다.
업계는 유통법의 심야영업 제한이 풀리면 월마트처럼 본격적으로 새벽배송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 자체가 제외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그동안 막혀 있던 의무휴업일과 심야 시간대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진다면 최소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기로 규제 완화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국내 대형마트 기업들은 심야영업 제한을 타개할 복안으로 ‘퀵커머스(근거리 빠른 배송)’ 등 O2O 전략을 펼치며 고군분투해왔다.
업계 1위 이마트는 2024년 11월 퀵커머스 시범 점포를 첫 도입한 뒤 관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바로퀵은 고객이 앱에서 이마트 상품을 주문하면 반경 3km 이내 점포에서 1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즉시성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으로 운영 상품 수와 서비스가 가능한 거점 점포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퀵커머스 대신 자체 쇼핑 전용 앱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 역점을 두고 있다. 롯데쇼핑이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인 오카도(Ocado)‘와 협업한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전용 앱 ‘롯데마트 제타’가 핵심이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이 적용된 부산 첨단물류센터(CFC)를 열 예정이다. 전용 앱 기반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와 자동화 물류센터를 결합하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와 제휴해 ‘대형마트 퀵커머스’를 업계 최초로 론칭해 운영 중이다. 앞서 2021년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90여 개 매장 중 75% 이상 자체적으로 퀵커머스 ‘매직나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협단체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골목상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최종 법 개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