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뇌관된 지도 반출, 중대 기로…‘관세 폭탄’ 피하려다 ‘IT 영토’ 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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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 압박과 맞물린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2007년 이후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구글의 보완 서류 제출로 실무적인 검토가 재개된 가운데, 미 정부의 통상 압박이 가세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굳게 닫혔던 지도의 문턱이 이번에는 열릴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가 행정적 막바지 절차에 진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논의한 뒤 구글에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구글은 지난해 2월에도 지도 반출을 요청했으나, 협의체는 같은 해 5월과 8월 두 차례 결정을 유보하며 처리 기한을 연장해왔다. 당시 구글은 △안보시설 가림(블러) 처리 △좌표 노출 금지 △데이터 센터 국내 운영 등 정부가 내세운 조건 중 안보 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 등에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신청 서류에는 영상 보안처리와 좌표표시 제한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서다.

구글이 보완 서류를 제출할 경우 정부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어 반출 허용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협의체 논의 이후에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된다. 구글이 정부의 반출 조건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한미 통상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지도 반출 불허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다.

이번 이슈가 과거의 요청과 가장 다른 점 또한 미국 정부의 전면적 개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이 한미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발송하기도 했다. 디지털 규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 외에는 구체적인 서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꼽은 디지털 무역 장벽에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도 포함됐을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내용의 관보 게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관세 위험을 피하려다 IT 주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잇따른 미국의 통상 및 관세 압박에 우리 정부가 결국 조건부로 지도 반출을 승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T 전문가는 “지도는 소버린 AI, 데이터 주권의 핵심 학습 데이터로 원유인 셈”이라며 “국내법과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조건부 승인은 결국 IT의 미래를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업체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가 반출되면 향후 10년 간 최대 19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API 이용료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 비용만 연간 최소 6조3000억원에서 최대 14조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부터 2035년까지 10년 간 지도 반출에 따른 누적 총비용은 시나리오별로 최소 150조6800억원에서 최대 197조38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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