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전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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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재편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근본적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기획·디자인·코드 작성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되었고, 과거 여러 직무가 나눠 맡던 과정이 이제는 개인 한 명의 프롬프트 실험으로 구현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넘친다.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를 가로막던 마찰 비용이 거의 사라지면서, 업무의 속도뿐 아니라 업무의 정의 자체가 달라졌다.

이 변화 속에서 조직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AI를 기존 시스템에 얹어보는 ‘도입형 조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업무 구조와 문화 자체를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전환할 것인지다. 두 조직의 차이는 단순한 도구 활용도나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결정되는가에 대한 선택에 가깝다.

AI는 특정 직무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정보 생태계, 고용 구조, 협업 방식 등 우리가 일하는 거의 모든 층위를 동시에 재구성하고 있다. 중요한 판단은 ‘AI로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가져오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인간과 조직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에 있다.

AGI(범용인공지능) 역시 먼 미래의 개념으로만 취급되기 어렵다. 범용 학습, 종합적 추론, 장기 계획, 지식 전이, 환경 적응, 멀티모달 통합이라는 여섯 축에서 AI는 이미 초기 단계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완성된 형태의 AGI는 아니지만, 그 전 단계에 속하는 능력이 일상의 도구로 스며들면서 업무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AGI가 출현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의 능력들을 지금 조직이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가다. 결국, 지속 가능한 전략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모델 성능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알고리즘은 금세 복제된다. 오히려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식, 사용자가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전환 비용,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구조, 제품 자체가 확산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그리고 조직이 AI를 전제로 움직이는 문화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고 ‘제레미아 오왕’은 말한다. AI 네이티브 문화는 기술보다 더 강력한 생산성의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팀들은 이미 구성원 한 명이 열 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는 “사람이 일을 맡는 조직”에서 “사람이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조직”으로의 이동을 예고한다.

업무 방식의 재편은 구체적인 즉시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묻게 되는 질문은 “이 일은 이미 존재하는 AI 도구로 해결할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적절한 도구가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보는 단계가 뒤따른다. 노코드와 로우코드 환경이 확장되면서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에이전트를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두 단계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만 사람을 추가하는 방식은 조직 전체의 구조를 ‘사람 중심 할당’에서 ‘기능 중심 설계’로 이동시키며, 자연스럽게 비용과 복잡성을 낮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민첩하고 가벼우며,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가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이며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업무를 맡게 되면, 인간의 역할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고안하는 기획자, 결과물을 감수하고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감독자, 여러 도구와 에이전트를 흐름으로 통합하는 조율자, 조직의 신뢰와 감정을 관리하는 관계 전문가 등이 인간 고유의 역할로 남게 된다. 결국 ‘AI가 맡을 일’과 ‘사람이 맡을 일’을 분리하는 작업이 조직의 업무 분담표를 다시 쓰는 일이며, 인사·교육·평가 시스템 역시 이 기준 아래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AI가 이미 세상을 바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그 변화를 뒤따라가는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변화를 설계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거창한 전략 문서가 아니라 각자의 책상 위에서 시작되는 작은 질문이다. “이 일은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AI에게 맡기고 나는 더 어려운 문제를 맡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더 빨리, 더 자주, 더 깊이 던지는 조직과 국가가 AI 시대의 앞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신철호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데이터, 플랫폼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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