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형 KOSRA 회장 “ESG 공시 관건은 예측 가능성·스코프3·신뢰성”[지속가능 공시 입법화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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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장기 생존 전략”
“신뢰성의 핵심은 인증…회계감사와 유사”
금융당국 4월 공시 로드맵 확정…스코프3 포함

▲김의형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KOSRA) 회장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KOSRA) )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도입 논의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성패는 입법 속도보다 예측 가능성과 제도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의형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KOSRA) 회장은 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 공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 편입된 국가로서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과제”라며 “다만 비용이 큰 제도인 만큼 기업들이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로드맵과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본질을 규제가 아닌 경영 전략의 공개로 규정했다. 그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건 기업의 장기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 것”이라며 “기술과 소비자,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ESG 공시”라고 설명했다. 재무 공시가 과거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ESG 공시는 기업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라는 해설이다.

한국의 도입 시점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 김 회장은 “유럽이 먼저 시행했고, 미국은 여러 이유로 속도가 늦춰졌지만 유럽 외 대부분 국가는 이미 도입을 결정했다”며 “한국은 뒤에서 지켜보며 신중하게 판단해 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더 늦추면 오히려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커진다”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시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그림’이 제시돼야 기업들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우선 도입 시기와 적용 대상이다. 그는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방식”이라며 “어느 수준의 기업부터, 언제 공시를 시작할 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다음은 스코프3다. 스코프3는 기업 뿐 아니라 공급망(밸류체인)에 포함된 협력사의 환경 정보를 의미한다. 김 회장은 “특히 중소 협력사가 많은 국내 기업들은 정보 수집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스코프3를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가 핵심 논점”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는 책임 문제다. 그는 “초기에는 정보 취합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며 “공시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떻게 설계할지도 기업들이 민감하게 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공시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로드맵을 오는 4월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쟁점으로 꼽혀온 스코프3는 공시 범위에 포함하되, 기업 부담을 고려해 적용 시점은 추가 논의를 거쳐 정하기로 했다. 공시 로드맵은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를 거친 뒤 제도 안착 후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ESG 공시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공시 인증 제도를 꼽았다. 그는 “유용성과 효율성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의 신뢰성”이라며 “회계감사가 재무 성과를 검증하는 절차라면, 지속가능성 공시 인증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KOSRA는 인증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연구와 설계, 인력·인프라 준비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회계·인증 기관과 경쟁하기보다는, 다양한 인증 주체와 이해관계자를 연결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가깝다.

그는 “ESG 공시 인증은 아직 국내외적으로 제도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라며 “해외 인증 제도 사례를 연구하고, 국내 현실에 맞는 인증 구조와 운영 방식을 사전에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회계법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증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시행착오를 보완하는 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를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는 데 대해 김 회장은 “거꾸로 보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장기 생존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 리스크에 대비하며, 투자자에게 이를 설득할 수 있는 계기”라며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살아남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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