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구조에선 승자가 없다. 서울에선 과도한 청년 인구밀도로 취업·주거난이 심화한다. ‘전국 꼴찌’ 합계출산율은 그 결과다. 인천·경기에선 삶의 질이 떨어진다. 서울에서 인천·경기로 이동하는 30대의 상당수는 주된 이동 사유가 혼인·출산이다. 직장을 서울에 두고도 높은 집값에 밀려난다. 출퇴근에만 하루 2~4시간을 쓴다. 일과 생활, 가족 중 하나만 택하도록 강요받는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비수도권이다. 청년층을 내주고 고령층만 받는다. 도시는 늙어가고, 일할 사람이 준다. 지역 내 소비력도 약해져 그나마 있던 기반시설도 사라진다.
이런 인구 재분배는 2010년대 중반부터 심화했다. 과거에는 주로 10~20대 남성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서울로 이동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비수도권 20대 여성 유출이 빨라졌다. 비수도권은 ‘현재 인구’뿐 아니라 출산력 상실로 ‘미래 인구’까지 빼앗기고 있다.
이런 경향이 고착화한 것은 모순적으로 지방을 살리겠다며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한 윤석열 정부 때다. 윤 정부는 지방을 우대하겠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국가 전략사업을 수도권에서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여론 반발에 부딪혀 실현되진 않았으나 경기 김포시·구리시 등을 서울로 편입해 서울을 ‘더 크게’ 만든다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도 내놨다.
현재 수도권 쏠림의 심각성은 말기 암 수준이다. 비수도권에 남았다면 진작에 취업해 주거를 마련하고 결혼·출산했을 청년들이 수도권에서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며 결혼·출산을 포기한다. 사회 전반의 출산력이 약화하면서 지방소멸이 아닌 국가소멸로 향한다.
한국의 수도권 쏠림은 다른 국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도심 쏠림과 다르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수도권 집중보단 대도시 집중이 두드러진다. 소도시 청년들이 수도인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교토, 삿포로, 나가사키 등 거점 대도시로 몰린다. 일본에서 쇠퇴하는 곳은 비수도권이 아닌 지방 소도시다. 반면 한국은 모든 비수도권 도시가 쇠락하고 있다. 극단적인 ‘1극’ 체제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5극 3특’ 제를 제시했다. 수도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강원권을 5개 거점으로 삼고, 3개 특별지역을 육성하는 방향이다. 서울에서 멀수록 세제·재정을 우대하고 국가 사무를 포괄적으로 지방에 이양한다. 국가거점국립대학도 육성한다.
방향은 지방을 살린다는 목표에 부합하지만 성과를 내기까진 갈 길이 멀다. 빈약한 지방재정, 제한적 지방자치가 청년층 수도권 쏠림의 핵심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령층 ‘표’를 의식한 ‘현금 살포’로 지역 먹거리 투자를 외면하고 청년들을 내쫓는 왜곡된 지방자치를 개선하지 않고 더 많은 재정과 권한을 주는 게 지방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기반시설 붕괴와 문화·여가 격차, 기회의 불평등, 노동시장 불균형 해소에 국가가 직접 나서고 왜곡된 지방자치를 바로잡는 게 더 급하다. 지방에 재정·권한을 주는 것보다 재정·권한을 지역문제 해결에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끔 자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