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처분 적용 시 제재 체계에 모순 발생”

치과위생사에게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채혈 행위를 지시한 경우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해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최근 치과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A 씨에게 내린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유지하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성북구 소재 치과에서 근무하던 치과의사로, 치과위생사들에게 자가혈 치료술을 위한 채혈을 지시해 환자 570명에 대해 채혈을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은 2023년 10월 A 씨의 의료법 위반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고,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이를 근거로 복지부는 A 씨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며 2024년 9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치과위생사가 의료기사에 해당하는 만큼, 채혈을 지시한 행위는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가 아니라 ‘의료기사에게 허용된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5호 및 제10호에 따른 자격정지 3개월이 아니라, 같은 항 제6호를 적용해 자격정지 15일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채혈이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이를 단순한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 착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기사에게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까지 제66조 제1항 제6호로 해석할 경우,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나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한 경우보다 오히려 가벼운 제재가 적용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기사의 종류도 다양하고 의료행위의 범위도 매우 넓은 만큼, 의료기사라 하더라도 허가된 업무 범위 외의 업무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며 “의료기사가 아닌 자가 해당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없음에도 제재 양정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사로 하여금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는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한 경우보다 더 큰 위해 가능성이 초래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더 경미한 행정처분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6호에서 말하는 ‘의료기사에게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경우’는 진료기록부 작성 등 의료행위 외의 업무를 대신 맡긴 경우를 의미할 뿐, 의료행위 자체를 시술하도록 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 씨의 행위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