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강서구 생곡동 자원재활용센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 대표 A씨가 구속됐지만,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현장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A씨 개인의 일탈로 사건을 정리하기에는 입찰 과정과 경영권 이전, 자금 흐름 전반에서 구조적 범죄의 흔적이 짙다는 지적이다.
부산 1호 재활용 전문 사회적기업인 '에코라이프 살림'의 전 운영 관리자 강모 본부장은 "A씨가 꿈꿨던 이른바 ‘쓰레기 왕국’은 개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구조적 범죄"라며 "주범 구속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에 따르면 에코라이프 살림은 생곡자원재활용센터를 중심으로 한 왜곡된 수익 구조에 편입돼 사실상 이용당했다. 에코라이프 살림은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중소형 폐가전제품을 수거·재활용하는 부산폐가전회수센터(BR센터)를 위탁 운영해 온 환경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그러나 그는 "생곡 재활용센터에서는 실제로 소형가전이 거의 나오지 않았음에도, 플라스틱류를 소형가전으로 둔갑시켜 계근하고 무게를 부풀려 E-순환거버넌스 지원금을 타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월 1000만 원 규모의 허위 매출이 발생했고, 연간으로는 1억2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라며 "안 전 대표와 공모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미수금이 회사 장부에 남았고, 이를 빌미로 결국 회사 경영권을 빼앗기는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의 설립 취지와 노동자들은 철저히 희생됐다는 게 강 본부장의 증언이다. 그는 "당시 근무 인원 15명 가운데 대표를 제외한 14명이 모두 실직했다"며 "대부분 정년퇴직 후 사회적기업에서 마지막 일자리를 찾은 분들이었는데, 지금도 연락이 와도 해줄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강 본부장이 지적하는 경제 범죄가 A씨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생곡자원재활용센터 전·현직 임직원이기도 한 A씨의 전·현 남편들과 생곡마을 위원장 등과의 유기적 관계를 언급하며 "이들은 A씨 체제에서 역할을 나눠 가진 핵심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찰 과정과 경영권 이전, 자금 흐름을 종합하면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은 이들을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경제공동체’ 또는 ‘조직적 범죄’ 관점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A씨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모 씨가 인수한 수지회사는 35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각 구청 재활용 처리업체 3곳을 함께 인수했는데, 이 인수 자금 역시 생곡자원재활용센터 공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생곡자원재활용센터를 포함해 자원재활용업체 1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으며, 현재도 A씨와 관련자들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에는 △다도○○○○ △고○ △1번○○○ △청명○○ △다경○○ △디○○ △유미○○ △에이○○ △퍼실○○ 등 업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수사 착수 이후 폐업한 상태다.
현장에서는 부산시의 관리·감독 책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 본부장은 "부산시는 위탁기관으로서 시설 인수·인계, 비품 목록 확인, 고용 승계 문제를 명확히 점검했어야 했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빠져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다음 사업자인 생곡자원재활용센터와 사회적기업을 충돌시키는 구조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생곡마을 주민 김모 씨 역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관리·감독을 방치한 행정에 있다"며 "감사를 한번 하기를 했나, 제대로 감독을 하기로 했나?행정 공백이 있었기에 A씨 같은 악덕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단순한 횡령이 아니라 재활용 산업을 사유화하려 한 시도”라며 “A씨를 정점으로 한 자금·법인·인맥 구조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범 구속 이후 종범과 공범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임원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법무법인 청률의 최병일 변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법률적으로는 A씨 단독 범행인지, 전·현직 임직원과 관련 인사들이 역할을 분담한 공동가공의 범죄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법인 자금이 다른 재활용업체 인수 자금으로 전용됐다면 업무상 배임·횡령의 공모 성립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성·조직성·역할 분담이 확인될 경우 경제공동체로 인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산 강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는 구속된 A씨의 전·현 남편들(현 센터장 포함)과 생곡마을 대책위원장 등을 A씨와 동일 혐의로 수사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 본부장은 “A씨의 구속으로 사건이 정리됐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같은 구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이번 수사는 생곡자원재활용센터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전모를 밝히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생곡 주민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