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등 도심 유휴부지·노후 청사를 활용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빠지면서 서울 주택공급의 핵심 축인 재건축·재개발 동력이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공 주도 단기 공급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 CC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임대·분양 물량에 대한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토부는 또한 추가 물량을 발굴해 지속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택 공급에 따른 시장 안정화 효과가 낮을 것이라 보고 있다. 도심 내 공급 활성화의 핵심 축인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그간 민간 정비사업 완화를 국토부에 요청해 왔다. 정비 업계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잔금대출 한도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 주택공급 90%는 민간 동력으로 지탱돼왔다면서 지난해 전체 아파트 공급 물량 중 64%가 정비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이주가 예정된 사업장 43곳 중 39곳에서 정부의 과도한 대출 규제로 이주비 부담이 늘고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수차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으나 이번 발표에도 공공 주도 방식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은 10‧15 대책 이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림1구역 주민 A씨는 “우리 구역은 주민 호응이 높아 약 3개월 만에 동의율 72%를 확보했지만 정부 대책 이후 세금 규제 대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추가 동의 확보가 사실상 멈췄다“고 호소했다.
정비 업계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용적률 완화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재초환 폐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민간 정비사업 전반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는 국회에 다양한 법안이 상정돼 있다”면서 “향후 논의가 국회 주도로 이뤄진다면 정부도 참여해 새로운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지 자문위원인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주택 공급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을 기대했으나 이 같은 내용이 빠지면서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은 확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유휴부지 중심의 주택 공급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워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유휴부지를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심 정비사업과 연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도 “2030세대의 가장 큰 갈증인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의 사다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분양 물량을 적절히 배분해 공급 물량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정비사업이 활로를 여는 공공 민간 투트랙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