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천피(코스피 5000), 천스닥(코스닥 1000). 1월 국내 증시는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한 불장이다. 숫자만 보면 모두가 웃어야 할 한 달이었지만 정작 시장의 절반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지수는 불장이었지만 종목은 한파였다. 수익은 대형주와 거래대금 상위 종목에 집중됐고 다수 종목은 지수 랠리에서 소외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는 오르는데 내 종목은 안 간다”고 느낀 이유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지난해 12월 26일~1월 27일)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을 기준으로 일별 상승·하락 종목 수를 집계한 결과 하락 종목이 더 많았던 날은 12거래일로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반면 상승 종목이 더 많았던 날은 9거래일(42.9%)에 그쳤다. 지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기간에도 하루 기준 시장 체감은 절반 이상 거래일에서 하락 우위였던 셈이다.
지수와 종목 간 괴리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날은 지난 21일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4900선을 넘어서며 강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코스닥 전체에서는 상승 종목이 580개에 그쳤고 하락 종목은 2031개에 달했다.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보다 약 3.5배 많았지만 지수는 견조했다. 지수는 강했지만 종목 기준으로는 시장 전반이 급격히 냉각된 대표적인 하루였다.
상징적인 지수 이벤트 역시 체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코스피가 장중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지난 22일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상승 종목은 1547개, 하락 종목은 993개로 집계됐다. 역사적 고점을 넘긴 날이었지만, 시장 전반이 동반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종목별 등락률 분포를 살펴보면 지수와 괴리는 더욱 분명해진다. 최근 한달 간 코스피 평균 등락률은 4.98%였지만, 중간값은 1.82%에 머물렀다. 지수가 한 달 만에 18% 가까이 오른 것과 달리 코스피 종목 절반의 성과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1822개 종목)도 비슷했다. 평균 등락률은 8.76%로 코스피보다 높았지만 중간값은 2.29%에 그쳤다.
수익이 어디에 집중됐는지는 거래대금 상위 종목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34.9%에 달했다. 휴림로봇은 101.61% 급등했고, 현대차(64.76%), 한화시스템(61.03%), 에코프로(52.4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33.03%), SK하이닉스(22.89%), 삼성SDI(43.78%) 등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수 랠리를 주도했다.

대형주 쏠림은 체급별 지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이 기간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9.50% 상승했지만, 중형주는 10.09%, 소형주는 3.18% 오르는 데 그쳤다. 대형주의 상승률이 소형주보다 약 6배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소형주와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테마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낮은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내 수익 편중과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승장은 AI 사이클 기대가 반영된 장세로 질적 성장 가능성이 가장 빠르게 개선된 반도체와 시가총액 상위주에 수급이 몰렸다”며 “이번에도 대형주 중심 상승과 중소형주 소외라는 전형적인 그림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한 주도주의 지배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코스피의 속도 조절 국면에서는 비주도주와 코스닥 등에서도 추가 수익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