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규모 및 인수 조건 ‘조정 가능성’ 커져
태광 “딜 클로징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 진행”

애경산업 인수 딜 클로징(거래 종결)을 앞두고 2080치약 리콜 사태로 인해 변수가 생겼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상표권 침해 분쟁까지 겹치며 애경산업의 브랜드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 탓이다. 애경산업 인수를 준비해온 태광그룹은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고려해 잔금 및 인수 조건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유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의 인수 및 경영권 이전 등을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2080치약 리콜 사태로 인수합병(M&A) 잔금 규모 및 인수 조건 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태광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지난해 10월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애경산업 지분 63.13%를 47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태광산업은 계약 체결 당시 총 매매금액의 5%인 235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잔금은 거래 종결일(내달 19일)에 납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2080치약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서 애경산업 최종 인수에 차질이 우려된다. 태광산업 측은 “2080치약 리콜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제품 리콜 조치와 향후 당국의 행정처분이 브랜드 신뢰도와 애경산업의 실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계약 진행 상황에 대해선 “딜 클로징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브리핑에서 애경산업이 국내에 들여온 2080치약 수입제품(6종) 870개 제조번호 중 754개 제조번호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까지 검출됐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중국기업 도미에서 만든 2080치약 6종으로 2500만 개 규모다. 트리클로산은 과거에는 치약에 쓰였던 보존제 성분이지만, 간 섬유화와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2016년부터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됐다.

태광산업은 K뷰티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애경산업 인수에 나섰지만, 정작 화장품 사업은 인디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열풍으로 인해 생활용품 경쟁력보다 뒤처지는 상황이다. 실제 애경산업의 생활용품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며 꾸준한 수요를 확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2080’, ‘트리오’, ‘케라시스’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덕분이다.
문제는 ‘국민 치약’으로 불려온 2080에서 이번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 애경산업의 브랜드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 측은 금지성분 검출 사실을 알고도 회수계획서를 늦게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늦장 대응 논란마저 불거졌다. 식약처는 애경산업의 회수 절차 미준수, 해외 제조 현장 품질 관리 미비 등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리콜 사태가 ‘금지성분 검출’, ‘늦장대응’ 등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공통분모가 많은 점도 여론이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태광산업이 최종 인수 후 사명 변경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계약 당시엔 소비자 인지도와 애경산업 브랜드 파워를 고려해 3년간 사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 4700억 원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까지 포함된 이유다. 하지만 애경산업 브랜드가 사실상 훼손되면서 태광산업의 막판 가격 조정 협상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경산업은 상표권 침해 논란에도 휘말렸다.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상표권자인 동국제약이 최근 애경산업 ‘마데카’에 대해 상표권 소송을 제기한 것. 서울중앙지법은 13일 상표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 동국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중소기업 ‘에이카랩스’도 회사가 출원한 ‘코뿔소’ 상표를 침해했다며 애경산업을 상표권 위반으로 고소했다.
애경산업 지주사인 AK홀딩스 관계자는 태광산업과의 막판 M&A 협상 조건에 대해 “매각 관련 전담 TF(태스크포스)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