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 시행 앞두고 '토종 PE'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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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PE 대표들 "역차별 우려" 한 목소리
지난해 조단위 빅딜 외국계 PE가 독식
"국내 PE, 투자 위축·경쟁력 약화 우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 규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업계가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PE) '역차별' 논란을 제기하고 나섰다. 규제 적용 대상이 국내사로 한정되면 외국계 PE 대비 불리해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PEF 간담회에서 PE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해외 PE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를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특히, 해외 대형 PE들은 국내에서 활발히 투자 활동을 벌이면서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현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PE들은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해외 기관투자자(LP)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본사도 해외에 두고 있어 국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 기업 투자, 실사, 네트워크 관리, 펀드레이징 등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사무실을 차린 형태일 뿐, 규제 적용은 해외 기준을 따른다.

반면, 국내 PE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최근 논의되는 준법감시 강화, 내부통제 의무 확대 등이 국내 PE에만 적용될 경우 경쟁 환경이 더욱 기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규제는 한쪽만 받는 구조"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외국계 PE들이 한국에 사무소를 차려 직접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PE들의 투자 위축 우려는 더울 짙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Intermediate Capital Group)는 서울 강남에 사무소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ICG는 2019년 타임교육을 인수해 지난해 노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미국 PE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서울 사무소를 차렸고, 같은 해 캐나다계 운용사 노스리프도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실제 지난해 조 단위 규모의 주요 인수합병(M&A) 거래는 외국계 PE가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존비즈온, 리뉴원·리뉴어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연이어 해외 PE 손에 넘어가면서, 국내 PE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더존비즈온은 유럽계 EQT파트너스가, 리뉴원·리뉴어스는 KKR이 각각 1조3000억 원, 1조7800억 원에 인수했다.

한 국내 PE 대표는 "지난해 글랜우드의 LG화학 수처리사업부 인수 외 조 단위 빅딜은 대부분 외국계 PE가 독식한 상황"이라며 "국내 PE는 규제 부담과 여론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국 규제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용 범위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일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 간 규제 형평성을 맞추지 못하면 국내 PEF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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