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특사경’ 둘러싼 금융위–금감원 권한 싸움

기사 듣기
00:00 / 00:00

수사 범위·통제권 놓고 신경전…법·예산 쥔 금융위, 속도 조절 나서
금감원 “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민생 범죄 대응이 본래 취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권한 갈등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논의를 계기로 전면화하고 있다. 조직 개편과 감독 체계 전반을 둘러싼 이견이 누적돼 온 가운데, 특사경의 권한 범위와 통제 주체를 둘러싼 공방이 양 기관의 역할 분담과 주도권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쟁점으로 부상했다.

26일 금융당국 안팎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 간 긴장 관계는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후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조직 개편과 감독 권한 조정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다, 이달 들어 금감원 특사경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갈등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이달 12일 금융위는 산하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별도의 업무보고를 개최했다. 참석 기관은 금융위 산하 금융 유관기관 7곳으로, 금감원은 이날 보고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위상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9일에는 금감원이 기업 회계감리, 금융회사 검사 등 업무 전반에 대해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동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논의 중인 사항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즉각 선을 그었다. 이후 금감원은 25일 특사경 권한 행사에 대한 내부 통제 방안을 제시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특사경의 범위와 통제 주체를 둘러싼 금융위와의 온도 차는 여전히 뚜렷하다는 평가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논의가 과도하게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사경 인지수사권 논의의 중심은 보이스피싱·보험사기·불법 사금융 등 민생 침해 범죄 대응”이며 “회계 사기나 일반 기업 수사로까지 외연을 넓히려는 구상은 논의 과정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거론된 것일 뿐 공식적이거나 핵심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절차 지연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시급한 사건의 경우 기존에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검찰에 즉시 수사 전환을 의뢰해 왔으나, 최근에는 금융위를 거치는 절차가 강화되면서 수사 전환에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민생 범죄는 속도가 중요한데,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특사경은 단순한 수사 수단을 넘어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역할 분담과 권한 경계, 나아가 금융감독 체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금감원이 민생 침해 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속도전을 시도할수록, 금융위는 법 개정과 예산·정원·통제 논리를 통해 논의의 속도와 방향을 관리하려는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다만 금감원은 이달 말 예정된 공공기관 지정 여부 판단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앞두고 있다. 내부에서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인사·예산·조직 운영 전반에서 기획재정부의 관리·통제를 받게 되는 만큼, 감독·수사 기능의 독립성과 기동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미 운영 전반에서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며 "특사경 인지수사권 논의 역시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른 민생 범죄 대응 차원에서 검토되는 사안인데, 이를 두고 권한 확대 논쟁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에 내부적으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