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라진 자리, 누가 메우나… 지역병원의 선택 'PA 고도화'

온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PA고도화 선택

▲PA고도화 관련 김동현병원장이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병원)

2026년도 상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인력 양극화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수도권 내과마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역 의료계는 전공의 중심 구조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부산 온병원 등 지역 병원들이 ‘PA(진료지원간호사) 고도화’를 전면에 내건 배경이다.

전공의 모집 결과, '비수도권 내과 붕괴 현실화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인턴 1,681명·레지던트 2,784명), 비수도권 내과 지원율은 39.0%에 그쳤다. 정원 249명 가운데 지원자는 97명에 불과했다. 경북대병원(60.0%) 등 권역 거점 병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일부 병원에서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전멸’ 사례가 발생했다.

반면 안과(220.8%), 마취통증의학과(192.2%) 등 일부 인기 과목은 지방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필수 진료과와 비필수 진료과 간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공의 확보 실패는 교수진의 업무 과중과 이탈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의료 붕괴 우려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공백 속에서 부산 온병원은 'PA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진료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에 나섰다. 응급실과 각 진료과에 5년 차 이상 숙련된 PA 간호사 42명을 전면 배치하고, 전문의 중심의 진료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내과계 PA는 고난도 시술 보조와 환자 상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외과계 PA는 수술 환자 드레싱과 퇴원 설명 등을 전담한다. 전공의 공백으로 흔들릴 수 있는 진료 연속성을 PA가 뒷받침하는 구조다.

온병원 췌장담도센터 홍진욱 PA 간호사는 “단순한 처방 수행을 넘어 의사와 함께 치료 방향을 고민하고, 환자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PA 활용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란을 의식해, 온병원은 'PA 고도화 위원회'를 구성해 명확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모든 의료 행위는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이뤄지며, PA는 'Basic'과 'Advanced' 단계로 구분해 관리된다.

특히 8주 집중 교육 과정인 ‘PA Step Up Program’을 통해 전문성과 표준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모델은 산하 온요양병원까지 확대돼, 고령 환자를 위한 ‘의료+돌봄’ 융합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전공의 부족이라는 위기를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며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PA 간호사가 환자 안전과 의료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릉아산병원 역시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PA 중심 진료 체제 강화에 나섰다.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은 “지역 병원은 더 이상 전공의 수급에 생존을 맡길 수 없는 구조”라며 “숙련된 PA와 전문의 협업 체계가 지역 의료 안정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도는 뒤처지고, 현장은 먼저 움직였다

전공의 수급 실패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PA 고도화는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역 의료를 지탱하는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제도와 법적 정비는 여전히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중심 시스템이 이미 붕괴된 상황에서, 제도 논쟁만 이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병원들이 먼저 선택한 ‘전문의+PA 체제’가 위기의 임시 처방에 그칠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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