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160엔 문턱서 급제동⋯미·일 개입 저울질에 시장 촉각

엔화 가치, 올해 최고 수준으로 반등
일본은행·연은 ‘레이트 체크’ 전해져
다카이치 총리 “모든 필요 조치” 경고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올 들어 가파르게 진행됐던 엔저에 제동을 걸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최대 1.75%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155.63엔까지 내려갔다. 작년 8월 이후 최대 일일 절상폭이자 엔화 가치가 올 들어 최고 수준으로 반등한 것이다.

앞서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 도쿄 시장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후 기자회견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158.6엔을 기록했으나 회견 도중에 갑자기 159.1엔대까지 급등했다. 그러다 기자회견 직후 환율이 급락해 157엔대로 되돌아갔다.

엔화 가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지난해 10월 총리에 오르고 나서 꾸준히 떨어졌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채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당국이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미국도 이에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모처럼 엔화 가치가 올랐다.

실제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본격적인 시장 개입을 하기 전에 취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 환율 점검)’를 했다고 전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엔화의 거래 움직임을 과도하다고 보고 있으며, 직접 시장에 개입해 매수·매도를 통해 가격에 영향을 줄 준비가 돼 있음을 트레이더들에게 경고하는 신호로 여겨져 왔다. 대체로 변동성이 커지고 구두 경고만으로는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할 때 이뤄진다. 여기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까지 금융기관들에 접촉해 엔화 환율에 대해 문의했다고 전해지자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엔화와 달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도 일본 국채 금리를 겨냥한 것인지, 엔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의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는 25일 열린 여야 당대표 TV 토론회에서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할 사안에 대해 총리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러나 투기적이고 극히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4년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설 때 이뤄졌던 개입 역시 사전에 ‘레이트 체크’가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일본은 물론 미국 당국도 현재의 엔화 가치에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상황을 바꿀 어떤 조치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 재무 당국자들은 지난해 9월 공동 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경쟁적 이익을 위해 이를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에는 개입 여지를 남겨뒀다.

BMO캐피털마켓의 비판 라이 매니징 디렉터는 “과거에도 환율 점검이 반드시 즉각적인 개입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라면서도 “다만 뉴욕 연은이 문의에 나섰다는 사실은 잠재적 개입이 일본 단독 행동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뉴욕 연은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례는 1996년 이후 단 세 차례뿐이다. 가장 최근은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주요 7개국(G7)과 함께 엔화를 매도해 시장 안정을 도모했을 때였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를 포함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막고 간접적으로 일본 채권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공동 목표 아래 미국이 현 상황에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설령 실제 미국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엔화 쇼트(매도)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콜럼비아스레드니들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후세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에 대한 시장의 주목은 지난주 초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에서 비롯됐다”며 “미 재무부가 일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미 국채 시장으로의 파급 효과를 우려해 통화 개입을 안정화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중대한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의 원화 약세 추세도 주시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4일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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