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회복, 지금이 마지막 기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며 삼성전자 실적 역시 오름세지만, 이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 회복을 통해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해당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이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영상에는 이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라진 건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생존의 문제', '사즉생' 메시지에 이어 여전히 조직 내부의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도 수여했다.
삼성전자는 한동안 기둥사업이었던 반도체에서 부진하며 고초를 겪어왔다. 불황이던 2023년 디아비스솔루션(DS)부문은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낸 뒤 2024년 흑자 전환(영업이익 15조1000억 원)에 성공했지만, SK하이닉스(23조4673억 원)에 연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분기에는 D램 시장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큰손인 엔비디아를 적기에 잡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압도적인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와 격차가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0.8%포인트(p) 상승한 71.0%를 기록했다. 반면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7.3%에서 6.8%로 줄었다. 중국 SMIC는 5.1%로,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범용 D램 가격 상승 추세와 더불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 공급을 늘리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단일 분기 영업익 2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2조7700억 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다.
다만 이 회장의 이번 '마지막 기회'를 주문한 것은 여전히 그룹 사업 전반의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올해를 초격차의 원년으로 다시 한번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 기업들의 추격, 부품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이 회장은 본인이 직접 최전선에서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내부에서도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지난해 7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회동하며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대외 행보를 강화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 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했으며, 인수·합병(M&A)팀도 신설해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기반도 다졌다.
반도체에서는 미국 테일러 공장과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6세대 HBM인 HBM4는 이미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자"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