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대신 ‘실익’…트럼프 취향저격 ‘민간 외교’ 전술 달라졌다 [워싱턴, K-로비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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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로비활동 역할 확대
워싱턴 로비스트 업체 활용 확산
한화, 발라드 파트너스 고용 대응
車 관세인하ㆍ마스가 순항 등 성과
사업 리스크 낮추기 '보험' 역할도

국내 주요 그룹들의 미국 내 로비 활동은 합법적인 정책 소통 수단이다. 정부 차원의 통상 협상이나 그룹 총수들의 현장 경영과는 별개다. 기업들이 물밑에서 펼친 로비 활동은 대관 업무를 넘어 ‘민간 외교’ 역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책 입안자와 소통하는 것이 합법이다. 다만 연방법상 로비스트는 정부에 공식 등록을 하고, 로비공개법(LDA) 보고서를 통해 활동 내역과 지출 규모 등을 공개해야 한다. 제도권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인 만큼, 사실상 국내의 대관 업무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로비스트들은 산업계 현장 목소리나 기업 의견을 연방 정부 관계자 측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로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들은 로비스트를 직접 고용하거나, 로비 전문업체에 위탁해 간접적으로 활동하는 방식이다. 이에 세계 최대 로비 시장으로 불리는 워싱턴DC의 ‘K-스트리트’ 약 6.4km 구간에는 로비업체와 법률회사가 빼곡히 밀집해 있다. 공식 등록된 로비스트만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한국 기업에 로비는 여전히 낯선 문화다. 국내는 로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부정적 인식도 강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하면서 미국 사업 비중이 큰 기업 사이에서는 현지 정책 대응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사업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단순히 현지에서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기업들의 현지 대관 조직도 평소보다 바삐 움직였다. 로비스트와 위탁업체를 활용하며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 갔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로비업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화큐셀 미국법인은 지난해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를 고용했다. 발라드 파트너스는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핵심 인물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지기 브라이언 발라드가 이끄는 로비업체다. 팸 본디 미국 법무부 장관도 몸담았던 곳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배경 속에 지난해 발라드 파트너스의 로비 수익은 전년 대비 300% 증가했을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 많은 곳이다.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발라드 파트너스를 통해 태양광 관련 현안 외에도 조선업 이슈까지 대응하며 그룹 차원의 로비 업무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민간 차원의 대미 외교전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 문제는 대미 투자와 긴밀하게 얽혀 있는 만큼, 현지에서 활동한 기업들의 목소리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재인상 압박 전 25%에 달하던 자동차 관세는 15% 수준으로 조정됐고,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조선 분야에서도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순항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성과를 얻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관세 재인상 위협에 나선 상황에선 현지 로비가 사업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보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한 대관 업무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지 투자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정책 환경을 관리하고 외교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특히 미국처럼 정책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에서는 로비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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