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기후위기 앞에 선 농업…극한기상 대응 연구 본격화

농진청, 190억 원 투입해 기후변화연구동 구축
극한강우·고온·탄소중립 대응 연구 인프라 마련
인공강우·미래기후 시나리오 적용한 기후영향 평가·기술 검증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연구동 (공동취재단)

폭우와 폭염, 가뭄이 반복되는 기후위기가 농업 현장의 상시 리스크로 굳어지면서, 정부가 극한 기상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기반을 실증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인공강우와 미래기후 조건을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기후변화연구동’을 구축하고, 농업 분야 기후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대응 기술 검증에 나섰다.

23일 농진청에 따르면 기후변화연구동은 농업 분야 기후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대응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190억 원이 투입됐다. 실험동과 외부 연구시설을 포함한 총면적은 2830㎡ 규모다. 최근 폭우·폭염·열대야 등 극한 기상이 빈발하는 가운데, 농업이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라는 점을 전제로 연구 기능을 설계했다.

▲농촌진흥청 미래강우동 내부 (공동취재단)

연구동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인 미래강우동에서는 강우 강도와 지형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토양 침식과 양분 유출 특성을 분석한다. 경사각은 0도에서 최대 15도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인공강우는 시간당 최대 50mm까지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강우 증가에 따른 토양 유실과 함께 질소·인 등 양분이 얼마나 유출되는지를 계측해 지역별 농업 기후영향취약성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최근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과거에는 실험적 수준이었던 강우 조건이 현실과 빠르게 겹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시설의 활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강우동에서 생산된 연구 결과는 토양 유실과 양분 유출을 줄일 수 있는 저비용 대응 기술을 도출해 정책과 현장 적용으로 연결하는 데 활용된다.

▲에코돔 전경 (공동취재단)

에코돔은 미래 기후 조건을 적용해 농업 생태계 반응을 분석하는 시설이다. 기온 상승과 환경 조건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극한 기상 조건에서의 작물 생육 반응과 광합성량, 양분 이동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연광 조건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연구 목적에 따라 환경 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평균적인 기온 상승뿐 아니라 고온과 가뭄 등 극한 상황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에코돔은 이러한 조건에서 농업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기반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기후조절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기후조절실은 농업 분야 탄소중립 대응 연구에 초점을 맞춘 시설이다. 자연광과 인공광을 병행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토양 탄소 저장과 온실가스 배출 변화를 분석한다. 바이오차와 퇴비 등 탄소 저감 기술을 적용해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책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험과 분석을 통한 과학적 산정 근거가 필수적이며, 기후조절실은 이러한 검증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농진청은 기후변화연구동을 통해 폭우·고온·가뭄 등 극한 기상에 따른 농업 피해를 사전에 평가하고, 검증된 대응 기술을 현장과 정책에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농업 분야 기후 대응을 예측 중심에서 실증 중심으로 전환하는 연구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기후변화연구동에 대해 “외부 환경에선 조건 통제가 어려워 재배기술 연구에 한계가 있었고, 시설에서 극한 조건을 만들어 재배 과정과 토양침식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과학기술 개발은 생산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농촌을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기후위기와 인력 부족, 농촌소멸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과 정책이 함께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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