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은 언터처블”…10대 건설사 독식에 밀려나는 중견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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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비사업은 이제 10대 건설사가 아니면 수주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말처럼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지는 가운데 비용과 리스크가 상당하다보니 계속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분양 시장은 대형사 중심 구도가 굳어진 듯한 모습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는 총 17곳이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단지는 12곳으로 비중이 70.6%에 달했다. 물량 기준으로 보면 집중도는 더 높다. 서울 분양 총 1만3514가구 중 10대 건설사 공급 물량은 1만2261가구로 90.7%를 차지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가 서울 분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확대됐다. 2021년에는 분양 단지 13곳 중 10대 건설사 브랜드가 3곳(23.1%)에 불과했지만 2022년 47.4%(19곳 중 9곳)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에는 51.5%(33곳 중 17곳)로 과반을 넘겼고 2024년에는 66.7%(33곳 중 22곳)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분양시장 쏠림은 서울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비사업 수주가 대형사 중심으로 흘러온 결과다. 기본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조합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위에 있는 대형사로 마음이 기울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다 보니 가치 상승 기대가 높은 대형사 브랜드에 대한 쏠림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서울 그중에서도 소위 핵심지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눈길조차 기대할 수 없어 엄두를 못 낸다“며 “설계나 품질이 아니라 브랜드 파워에서 승부가 갈리는 게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인 비용 부담도 중견사들에는 큰 제약 요인이다. 정비사업은 입찰 단계부터 인력과 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되는데 대형사는 출혈 경쟁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반면 중견사는 한 번의 실패가 회사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견 건설사들의 전략은 대형 정비사업을 정면으로 겨루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지로 이동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정비, 모아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대단지 정비사업을 정면으로 겨루기보다는 상징성이 있는 소규모 사업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이른바 ‘랜드마크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다만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 역시 일정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일부 중견사에 한정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분양시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더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비사업은 각종 규제로 중도금 대출, 특히 이주비 대출 여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주비 대출의 선택지가 넓고 추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건설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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