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고려대 안암병원, 데이터 관리비 절감 AI 개발

진단 중요도 낮은 영역 고도 압축, 품질 유지하면서도 이미지 용량 최대 90% 절감

▲(좌측부터) 이성학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안상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리과 교수 (각 병원 제공)

이성학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안상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리과 교수 공동 연구팀(제1저자 펜실베니아대학교 생물통계학과 이종현 박사)은 디지털 병리 이미지의 진단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용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적응형(Adaptive) 압축 프레임워크 ‘아다슬라이드(AdaSlide)’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이미지 스캔 기반의 디지털 병리 진단 시스템이 임상 전반에 확대되면서 발생한 데이터의 보관과 처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슬라이드를 실물로 보관하기 위한 공간과 환경 문제가 이슈였다면 이제는 병리 진단을 위해 요구되는 고해상도 이미지 데이터 관리가 병원의 큰 부담이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당 약 3~4기가바이트(GB), 매년 수백 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막대한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보관된 이미지를 재판독하는 경우도 있어 판독 품질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용량을 감소시키는 압축 기술이 필요하다.

아다슬라이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 슬라이드 내에서도 단위 영역별로 다르게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압축 플랫폼이다. 암세포가 밀집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영역은 원본 화질을 보존하고, 지방 조직이나 빈 배경처럼 진단적 중요도가 낮은 영역은 고배율로 압축하는 이미지 자동 처리가 가능하다.

31개 암종을 포함한 ‘판캔서(PanCancer)’ 데이터셋의 약 180만 개 패널 이미지를 활용해 학습된 ‘압축 결정 에이전트(Compression Decision Agent)’는 이미지 내의 각 영역을 분석해 압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한다. 압축된 이미지는 이후 ‘기초 이미지 복원기’를 통해 분석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한다.

13개의 병리 진단 과제를 통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 원본 이미지 대비 저장 용량을 65%에서 최대 90%까지 줄이면서도 진단 성능은 원본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존의 균일 압축 방식이 세포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분석을 어렵게 했던 것과 달리 연구팀의 플랫폼은 정보 손실을 최소화해 정밀한 분석이 가능했다.

병리 전문의 5명이 참여한 시각적 튜링 테스트(Visual Turing Test)에서는 원본 이미지와 아다슬라이드로 복원된 이미지를 구별해낸 비율이 56%에 그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숙련된 전문의도 육안으로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수준의 품질을 시사한 결과다.

AI 비교판독 시뮬레이션 결과 핵 분할 데이터셋, 분류작업 등에서 아다슬라이드 결과물이 원본 대비 향상된 분석 성능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미지 복원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이즈가 감소하고 색상이 정규화해 중요한 정보 위주로 데이터가 보존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용량 압축을 넘어, AI가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선별하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정된 스토리지 자원으로도 더 많은 환자의 데이터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AI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도울 전망이다.

이 교수는 “진단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적으로 보존하는 기술은 의료 데이터의 ‘의미 기반 관리’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접근”이라며 “대규모 병리 AI 학습 데이터 구축과 국제 공동연구 환경에서도 실질적인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디지털 병리의 확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데이터 저장 비용 문제를 진단 정확도 저하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라며 “향후 이 기술이 병원의 의료 데이터 관리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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