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빗장 뚫은 K-정책금융…공급망·현지화 전략 나선다

산은 하노이 지점 설립 본인가… 국내 은행 10곳 지점 확보
기은은 지점→법인 전환 추진 中…한도 확대해 현지 중기 지원
국책은행 해외영업 수익성 넘어 '국가 기여도' 평가 잣대 필요해

베트남 정부의 인가 빗장을 뚫어낸 K-정책금융이 ‘관찰자’인 사무소 간판을 내리고 직접 자금을 수혈하는 영업 전면에 등판한다. 반도체·에너지 등 장치 산업으로 고도화된 우리 기업의 현지 공급망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정책금융 기능을 영업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조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현지에 직접 지점(현지법인의 자회사·자지점 제외)을 보유한 국내 은행은 총 1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KB국민·IBK기업·하나은행(각 2곳)과 NH농협·BNK부산·iM뱅크에 더해, 최근 하노이 지점 설립 본인가를 획득한 한국산업은행이 가세하면서다.

산업은행의 이번 본인가는 2019년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약 6년 반 만에 도출된 결실이다. 이는 베트남 당국이 2021년 1월 이후 외국계 은행 지점 라이선스를 발급한 첫 번째 사례다. 산은에 따르면 이번 설립 인가에 따라 하노이 사무소는 실질적인 영업 거점인 지점으로 전환 승격된다. 산은은 지점 전환을 계기로 현지 금융시장의 ‘장기적 파트너’로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직접 여수신 영업이 가능해진 만큼,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은 물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인프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은행 역시 베트남 내 2개 지점(하노이·호치민)을 통합해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7년 7월 인가 신청 이후, 지난해 5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설립인가 서류 접수증(CL)을 발급받아 공식적인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인 전환 시 자본금 확충을 통해 동일인 대출 한도 등 지점 형태에서의 제약을 해소할 수 있어, 현지 진출 한국계 중소기업은 물론 우량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 공급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국책은행의 보폭 확대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노동 집약적 산업 중심이었던 대베트남 투자가 최근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자본 집약적 장치 산업으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합의한 ‘2030년 교역 규모 1500억 달러(약 220조 원)’ 확대 목표와도 궤를 같이한다. 당시 양국은 원전, 고속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본 투입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인프라 사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다만 인프라 사업 특성상, 국책은행의 역할을 시중은행식 단기 수익성 지표로만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국책은행의 해외진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해외자산비율은 14%로 4대 시중은행 평균(11%)을 상회하지만 해외수익비율은 5% 수준으로 시중은행(7%)보다 다소 낮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전이나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수익이 가시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에 시중은행의 수익성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국책은행의 성과평가 시 수익성 뿐만 아니라 국가 전략적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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