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300조 원대 시대를 열었다. 퇴직연금 자금의 이동을 계기로 ETF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수단을 넘어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투데이는 ‘ETF 300조 시대’를 맞아 연금자금 유입 구조와 운용사 실적 변화, 과열 경쟁의 그늘과 중소헝 자산운용사의 전략까지 ETF 시장의 명암을 짚어본다.
3대 증권사 퇴직연금 ETF 비중
2021년 14.4%→지난해 42.4%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300조 원 시대에 진입한 배경에는 퇴직연금 자금의 이동이 컸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연금 자금이 은행권에서 ETF로 유입되면서, ET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퇴직연금 운용의 핵심 수단이 됐다.
25일 이투데이가 퇴직연금 적립액 상위 증권사인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의 퇴직연금(DC·IRP) 계좌를 분석한 결과, ETF 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6조16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2조6557억 원)과 비교해 885% 늘어난 규모다.
퇴직연금 계좌 내 ETF 비중도 같은 기간 14.4%에서 42.4%로 확대됐다. 퇴직연금 자산 1억 원 중 4000만 원 가량이 ETF에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
ETF로의 쏠림은 연금 운용 환경 변화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이 원금 보장형 중심에서 수익률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ETF는 개별 종목 대비 변동성이 낮고, 지수 추종을 통해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금 자금과 궁합이 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는 지수 추종형 ETF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금액 기준 상위 10개 종목에는 △TIGER 미국S&P △TIGER 미국나스닥100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ACE 금현물 △ACE 미국나스닥100 △ACE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ACE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 △TIGER 미국초단기 국채 등 순서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보다는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ETF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ETF가 퇴직연금 내 주요 투자 수단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매매 편의성과 저(低)비용 구조가 자리한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면서도, 펀드 대비 운용보수가 낮다. 코스피200이나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100 같은 대표 지수는 물론 인공지능(AI), 반도체, 조선 등 특정 테마에도 손쉽게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연금처럼 20~3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경우, 작은 보수 차이가 누적 수익률에서 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퇴직연금 내 ETF 투자가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업계 최초로 연금자산 규모 50조 원을 돌파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연금펀드와 연금계좌 내 ETF 성장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적립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도 ETF 투자 접근성이 좋아진 데 따른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31조 원으로, 2024년 말 103조 원에서 2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증가율은 16%, 보험업권은 1%에 그쳐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퇴직연금 운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DC형과 IRP는 가입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구조인 만큼, ETF처럼 매매가 쉽고 상품 구성이 직관적인 투자 수단에 대한 선호가 높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곳은 증권사가 유일해, ETF 투자 수요가 증권사로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수익률이 중요한 만큼, 비용과 분산 효과를 동시에 갖춘 ETF의 활용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연금 자금의 이동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