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강화' 정기선ㆍ'외연 확장' 김동관…두 오너의 성장공식 [조선 패권, 다음 20년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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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핵심사업 축 재편 병행
실적 개선⋯시총 '100조 클럽'
美ㆍ사우디ㆍ페루 등 조선협력 강화
한화, 분산돼 있던 방산역량 집결
美 필리조선소 인수ㆍ방산 현지화
해외매출 비중 2년만에 2배 '쑥'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속 성장’이라는 공통의 숙제를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놨다. 정 회장이 주력 사업의 전후방 밸류체인을 촘촘히 엮는 ‘수직계열화’와 내실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면, 김 부회장은 국경과 업종을 넘나드는 공격적 M&A와 지정학적 투자를 통해 그룹의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며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과 전략의 완벽한 조화로 평가받는 두 리더의 전략적 차별화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정 회장의 경영 전략은 일관되게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졌다.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분리해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했고,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2024년 STX중공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조선·건설기계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했다. 핵심 사업 축 재편도 병행됐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통합하고, 올해 초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합병한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주력 사업을 두 개의 큰 축으로 단순화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연구개발(R&D)·영업·생산 역량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사업의 실적 개선도 뚜렷하다. 특히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 회복 국면과 맞물려 2022년 매출 17조3020억 원에서 2024년 25조5400억 원으로 외형이 확대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556억 원 적자에서 1조430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HD현대는 지난해 국내 기업 중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00조 원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사업도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편다. 한미 조선 협력 국면에서는 미국 사모펀드와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함정 동맹’을 구축했다. 함정 공동 건조, 기자재 공급을 넘어 현지 조선소 인수 내지는 설립도 검토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국영기업과 합작 조선소를 세웠고, 페루에서는 시마 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에 나섰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전략은 ‘확장’으로 요약된다.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을 통합하며 분산돼 있던 방산 역량을 모았고, 이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지상방산에서 해양방산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확장 전략은 해외 시장 확대라는 성과로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35.87%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7.35%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매출 규모도 2022년 7조60억 원에서 2024년 11조2400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0억 원에서 1조732억 원으로 증가했다.

미국 조선업 진출 역시 확장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2024년 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던 호주 오스탈 지분 19.9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가장 먼저 마련했다는 평가다. 방산 사업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시장 확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유지·보수·정비(MRO)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 모델을 구축해 도입국과의 장기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접 국가로의 추가 수주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은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했고, 김동관 부회장 역시 지난해 지분 증여와 기업 분할 등을 거치며 후계 구도를 굳혔다”며 “두 사람 모두 경영 전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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