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신규 발전 비용 빅테크에 부담키로
자체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전력기기 수요 확대 가능성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난 속에 유례없는 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력망 확충 비용을 빅테크 기업에 분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아예 전력을 직접 조달하려는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들의 ‘자체 전력망 구축’ 수요를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슈퍼 사이클’이 전력기기 기업들의 실적을 밀어 올리는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미국 북동부 지역 주지사들과 전력망 운영사인 PJM에 ‘비상전력경매’ 도입을 요구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를 소유·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이 입찰에 참여해 15년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신규 발전소 건설 비용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으로서는 전력 수급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구글은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글처럼 전력을 자체 조달하려는 빅테크 기업이 늘어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혜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배전 관련 기자재는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일부 있었으나 송전 기자재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이번 조치로 빅테크가 직접 발전소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력기기 산업은 유틸리티와 빅테크 양쪽의 투자 사이클에 동시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이 전력 인프라 구축에 직접 나설 경우 미국 전력기기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데다 노후 전력망 교체 시기까지 맞물리면서 수년째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균 수명이 30~40년에 달하는 변압기는 신규 투자 속도가 더디고 기술 장벽이 높아 소수의 글로벌 업체가 공급을 맡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합산 수주잔고는 25조 원을 넘어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체 수주잔고(69억8300만 달러) 중 북미 비중이 66.3%에 달한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의 수주잔고는 약 11조1000억 원, LS일렉트릭은 4조1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빅테크 대상으로 직접 수주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본격화됐다고 보긴 이르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 자체가 이미 높은 수요 국면에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정책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사업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