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한옥학과에서 만난 김모(35) 씨의 말이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던 한옥을 직접 손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옥학과에 진학했다. 도시 생활을 이어오다 가족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해답으로 한옥을 떠올렸다고 했다.
전북대 한옥학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옥을 전공으로 다루는 학과다. 강의실과 실습실에는 전통 목구조와 결구 방식을 배우는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분위기는 일반 대학과 다르다. 고등학생이 바로 진학하는 구조가 아니라 만 30세 이상만 지원할 수 있는 성인·만학도 중심 학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한옥설계전문인력양성, 한옥기능인력양성, 목조건축, 가구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등 5개의 직업과정과 한옥캠프 등 취미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교수는 “국립대학 특성상 정원을 새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만학도 중심 구조로 운영하게 됐다”며 “제2의 인생을 고민하며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옥학과에는 서울과 안양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수강생이 모인다.
다만 졸업 이후의 진로는 또 다른 과제다. 한옥학과는 설계와 관리 전반을 이해하는 교육 과정으로 졸업했다고 곧바로 한옥을 짓는 기능인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별도로 운영되는 8개월짜리 한옥 대목수 양성 과정은 현장 투입이 가능한 기능 인력을 키우는 과정이지만 이 역시 체계적인 국가 자격으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남 교수는 “한옥학과를 졸업한 뒤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점이 문제”라며 “한옥 기사 자격증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는 한옥 교육을 넘어 해외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첫 한옥 수출은 2020년 알제리 국립대학으로부터 한옥 건립 요청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현재까지 해외에 수출된 한옥은 총 3채로 러시아와 호주, 캐나다에 각각 들어섰다. 올해 안에 미국을 포함해 호주와 캐나다 등지로 3~4채를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 수출 대상은 개인뿐 아니라 교민 단체, 현지 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러시아는 개인 발주였고 호주와 캐나다는 교민을 중심으로 한 단체 프로젝트다.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 한 채당 약 100만 달러(약 13억~14억 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 건립 과정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이어지며 국토교통부는 한옥 전문 인재 육성에 나섰다. 국토부는 2011년부터 건축사와 시공 전문 기능인을 대상으로 한옥 전문 인재를 양성해 왔으며, 현재까지 1580명이 배출됐다. 이들은 설계공모 당선, 시공 공사 수주, 해외 수출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2월께 100명 규모의 한옥 건축 설계와 한옥 건축 시공·관리자 전문 인재 양성 과정 운영 기관 공모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한옥의 현대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한옥 관련 통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한옥 건축 지원을 확대하고, 전통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 자재 표준화 수준 제고를 통한 건축비 절감과 신규 사업 발굴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가 주관한 한옥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수료한 임채엽 건축사는 전북대학교 도서관 연화정을 설계했다. 연화정은 연면적 393㎡ 규모의 지상 1층 한옥 건물이다. 임 건축사는 “(국토부의) 인력 양성 과정이 없었다면 이 설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대목장들의 강의 이후 이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설계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자문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대에서 한국건축사 석사 과정을, 명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