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올인도 포기도 아니다”…‘국산 vs 글로벌’ 이분법 넘어야
제조에서 갈린다…특화 AI로 산업 움직이고 범용 역량 잇는 전략 필요
제조 AI 승부처는 ‘데이터 연합’…공유 아니라 결합의 규칙ㆍ책임 설계
“AI 인재, ‘데려오기’보다 ‘머물게 하는 구조’가 먼저”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의 20주기를 기념해 출범한 지식 교류 플랫폼 최종현학술원이 ‘독자적 인공지능(소버린 AI’ 논쟁을 국산·글로벌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핵심은 모두를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통제해야 할 영역과 글로벌 협력을 활용할 영역을 구분하는 전략적 경계 설정이라는 진단이다.
최종현학술원 과학기술혁신위원회는 14일 ‘AI 주권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속도전이 아닌 방향 설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버린 AI 올인’도, ‘전면 개방’도 아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오픈소스를 중립적 대안으로만 인식하는 데 경고음을 냈다. 장기간 무료 제공 이후 라이선스와 접근 권한이 변경되는 구조상, 핵심 디지털 인프라를 글로벌 민간 기업의 전략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보건·국방 등 국가 핵심 데이터는 통제 영역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나 민간 활용 거대언어모델(LLM)은 연계 영역으로 구분해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용과 정책 연속성 문제도 짚었다. 소버린 AI는 고비용 구조가 불가피하고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성은 장기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성능 검증이 충분치 않은 국산 LLM을 전 분야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AI 갈라파고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산업 전략의 초점은 제조였다. 보고서는 범용 AI와 특화 AI의 대립을 ‘선택’이 아니라 ‘연결’의 문제로 규정했다. 특화 AI로 현장 성과를 만들고 이를 범용 역량으로 확장하는 경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 데이터의 파편화를 넘어서는 ‘데이터 연합’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단순 공유가 아니라 결합의 규칙과 책임을 국가가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재 전략에 대해서는 숫자 목표보다 역할 정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AI 인재 10만 양성’식 접근에서 벗어나, 성과와 책임에 기반한 계약형 고용과 유연한 보상 구조를 통해 인재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연봉 인상 경쟁이 아니라 보상 조정의 유연성 회복이 관건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학술원 과기위 AI 전문위원과 외부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은 이번 논의에 참여해 AI 주권을 둘러싼 산업 전략과 사회적 함의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이끌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AI 주권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가 통제할 영역과 협력할 영역의 경계를 설정하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