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의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 AI를 둘러싼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프롬 스크래치’ 논란이 이어지면서 독자성의 기준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국가대표 AI 선정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정부가 선택한 소버린 AI는 향후 공공서비스와 산업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국민이 직접 사용하는 AI가 된다. 정부가 이 논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소모전으로 남을 수도 새로운 기준 확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5 글로벌 AI 도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반기 생성형 AI 사용률은 30.7%로 글로벌 18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25위에서 반년 만에 7계단 상승했다. 허깅페이스 공동 창업자 클렘 들랑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이 허깅페이스 인기 모델 3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두 국가대표 AI 정예팀이 만든 모델이다.
이 같은 글로벌 차원의 인기와 다르게 국내는 ‘프롬 스크래치’ 논란으로 시끄럽다. 1차 탈락팀 발표를 앞두고 ‘독자 개발’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학계 일각에서는 초기 가중치가 일부라도 섞였다면 독자 개발로 보기 어렵다는 엄격한 해석이 나온다. 초기 가중치가 1%로라도 섞이면 ‘파인 튜닝’이나 ‘가중치 재사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논란이 반갑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대표 AI 검증 과정과 기준 공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는 논리였지만 파라미터 규모와 설계 방향성이 제각각인 5개 모델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가 의문이었다. 업계의 관심 역시 ‘1등’보다 ‘평가 룰’에 쏠려 있었다. 이번 논란으로 정부는 더 이상 기준을 유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업스테이지 역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솔라-오픈-100B’가 중국 지푸AI의 모델에서 파생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공개 검증회를 열어 정면 대응했다. 의혹을 제기했던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는 이후 사과했다. 이를 두고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생태계에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AI 3강 도약’ 목표가 우리나라를 ‘AI를 잘 쓰는 국가’에서 ‘AI를 잘 만드는 국가’로 확장시키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은 올해 안에 끝날 것이라는 게 AI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앞으로는 ‘피지컬 AI’ 같은 월드모델 경쟁의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다. 프롬 스크래치의 정의를 명확히 세우는 일은 이번 국가대표 AI 선정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준 없는 경쟁은 불신을 낳지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다음 경쟁의 출발선을 만든다. 건전한 AI 생태계는 논란 위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