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분야 FTA로 불리는 RDP-A
영국, 독일, 일본 다 맺었는데…한국만 예외
“미국 방산 협력의 최소 조건”

K-방산이 유럽을 넘어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본격 모색하고 있지만, 한·미 간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미국 방산 조달시장 진입의 제도적 문턱을 낮출 핵심 협정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과 미 의회의 신중론 속에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간된 한국방위산업학회지에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이 대미 방산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해당 연구는 미국과 RDP-A를 체결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계량 분석을 실시한 결과, 협정 체결 시 대미 방산 수출은 3.4~3.6%, 수입은 2.3~2.5% 증가하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RDP-A 체결에 따른 실질적인 교역 확대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RDP-A는 국방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린다.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은 군수 조달 시 자국산 우선구매 규정을 상호 면제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미국 국방부 조달사업에 참여할 경우 미국산 우선구매법(BAA) 적용으로 약 50%의 가격 할증을 감수해야 한다. 기술력과 품질을 갖췄더라도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은 이미 영국, 독일, 일본 등 28개국과 RDP-A를 체결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협정 체결 후 5년이 지나자 대미 방산 수출이 평균 2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세계적 방산 수출 신흥국임에도 RDP-A를 체결하지 않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이 자체가 미국 시장 진입의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2024년 3월 한·미 RDP-A 체결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같은 해 10월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양국은 협정 체결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이후 계엄·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변수와 미 의회의 검토 절차가 겹치며 논의는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현재 미국 측은 자국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이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국방예산을 50% 이상 늘려 1조5000억 달러(약 2176조 원) 규모로 증액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디지털 항공전자 장비의 첫 미국 본토 수출에 성공하는 등 K방산의 미국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미국 국방부의 육군 현대화 사업에 K9 자주포 차세대 모델을 도입시키려 노력 중이다. 업계에서는 RDP-A 체결이 지연될수록 개별 기업의 성과가 구조적 확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협력, MRO(유지·보수·정비) 진출, 공동개발 확대 등을 위해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RDP-A를 미국 방산 협력의 최소 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순형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정권 교체와 정치 일정이 맞물리며 체결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RDP-A는 BAA 면제 효과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미국과 방산 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징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방산 FTA라는 인식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이 미국 기업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K방산 경쟁력이 크게 올라온 지금은 그런 우려는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며 “RDP-A가 체결돼야 미국과 조선 부흥, 공급망 협력 등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