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다수 있다’…대법 “임대차 계약 설명 충분치 않아”

“임대인이 자료 요구에 불응해도 중개인은 확인‧설명의무 부담”

“중개업자가 임차인 보증금 손해배상 책임”
대법, ‘주의의무 위반 부정’ 원심 파기‧환송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물건 부동산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자와 채권액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중개업자가 임차인이 입은 보증금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자료 요구에 불응한 경우 중개업자가 기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어떠한 확인 및 설명 의무를 부담하는지 명시적인 선례가 없었는데, 이에 관한 첫 판시다.

▲ 재판 이미지.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세입자가 부동산 중개인을 상대로 제기한 공제금 등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임차인인 원고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2020년 4월 8일 총 8개 호실로 이뤄진 다가구 주택 중 402호를 보증금 1억1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같은 달 27일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해당 다가구 주택에는 채권 최고액 7억1500만 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이 잡혀 있었고 나머지 호실에는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 합계 7억4000만원이 존재했다. 세대별로 구분 소유하는 ‘다세대 주택’과 달리 다가구 주택은 전체가 하나의 소유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 당시 원고에게 교부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 들음’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이었다.

결국 2021년 6월 2일 이 사건 다가구 주택에 경매절차가 진행되자 원고는 임대차보증금을 전혀 배당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원고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중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재판에서는 다가구 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교부된 설명서에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 들음’이라고 설명한 것만으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하며 원고 패소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계약 설명서에는 ‘구두로 설명하였음’이라는 내용이 전부이고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나 확인해 원고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공인중개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은 “만약 원고가 이미 다른 호실에 상당한 금액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존재할 수 있단 사정을 알았다면 해당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나의 소유권 대상인 다가구 주택의 경우 기존 임대차는 ‘임차권 등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에 포섭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개업 공인중개사로서는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의 제공을 거부했더라도 다가구 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주변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추어 먼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취득했거나 소액 임차인으로 보호받는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채권의 존부 및 그 범위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따져보고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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