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日 ‘나라현’ 방문…수출 규제 잔재 털고 ‘첨단 공급망 동맹’ 급부상

李 대통령, 13~14일 日 나라현 방문⋯다카이치 고향서 두번째 회담
日, 정밀화학·소재·장비 경쟁력⋯韓, 반도체·배터리·IT 제조역량
양국 '공급망 협력' 시너지 클 것⋯수출규제 등 불확실성 해소 과제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14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하며 한일 셔틀외교의 외연을 경제·기술 협력으로 확장한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통상 갈등의 잔재를 정리하고 반도체·배터리·수소·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축으로 한 ‘공급망 동맹’ 구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11일 청와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 나라현 방문에서 양국 정부 간 경제안보 대화를 재가동하고 핵심 소재·부품·장비 협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이후 경색됐던 통상 현안은 화이트리스트 복원으로 제도적 복구가 이뤄졌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허가 절차, 관행, 기술 이전 제한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문은 제도 복원 이후 ‘실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점검 성격이 강하다.

재계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일 협력이 단기 교역 확대를 넘어 중간재,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 단계로 이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정밀 화학·소재·장비에서 경쟁력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배터리·완성차·정보기술(IT) 제조 역량을 갖고 있어 양국 간 분업 구조를 재설계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공정 미세화와 첨단 패키징이 가속화되면서 소재·장비 안정성이 생산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 이후 대체선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일부 고부가 소재와 장비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며 “갈등 관리 차원을 넘어 공동 연구, 장기 공급 계약 등 실질적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와 전동화 부문에서도 협력 여지는 넓다. 일본의 전해질, 분리막 등 기초 소재 기술과 한국의 대규모 양산 경험이 결합될 경우 원가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소 분야 역시 생산·저장·활용 전 단계에서 양국 기업 간 기술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장기 협력 카드로 거론된다.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둘러싼 협력 가능성도 재계의 관심사다. AI 반도체, 전력 효율, 냉각 기술 등은 단일 국가가 완결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한일 간 공동 실증과 표준 협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향후 글로벌 규범과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자동차·로봇 등 제조 기반 산업에서도 협력 지점이 확대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확산으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전자부품 비중이 커지면서 핵심 부품의 안정적 조달 여부가 완성차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로봇과 스마트 공장 분야에서도 일본의 정밀 제어 기술과 한국의 시스템 통합 역량을 결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재계는 제도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협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 화이트리스트 복원 이후에도 일부 품목에서 체감 규제와 보수적 관행이 남아 있어 기업의 중장기 투자 판단을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치적 관계 개선과 별개로 기업은 예측 가능성을 본다”며 “분쟁 시 조정 절차와 사전 협의 채널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자원·부품 통제 가능성과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일 산업 협력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방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 프로젝트와 장기 공급 계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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