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공공일자리에 가려진 고용의 질 악화⋯‘민간고용 둔화’ 주시해야”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고용의 질’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최근 취업자 수가 반등했지만 한국은행이 공공일자리 효과를 걷어내고 추정한 민간고용 통계에서는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구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분명해졌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비(非)정보기술(IT) 산업 경쟁력 약화, 기술 변화가 맞물리며 일자리가 더 이상 민간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고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성장 엔진이 식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민간고용 3년 새 23.7만→12만 명⋯"공공이 고용 증가 주도"

7일 한은의 BOK 이슈노트 ‘민간고용 추정을 통한 최근 고용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내 민간고용 증가 규모는 2022년 23만7000명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만2000명으로 빠르게 둔화했다. 한은이 언급한 민간고용은 공공일자리를 제외한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한은은 이번 조사를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활용해 고용 수치를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민간고용은 수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2024년에는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애초 전망치를 밑돌았고 비상계엄 등 여파로 4분기엔 부진이 심화했다. 그 결과 2023년 22만 명을 웃돌던 민간고용 증가 규모는 2024년 18만 명대로 급감했다.

민간고용 둔화 배경은 급격한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민간기업 기술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민간고용 추세 산출 결과 역시 2025년 13만 명에서 2027년 3만 명으로 단시간 내 둔화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호 한은 조사국 고용통계팀 과장은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의 고용 창출력이 비IT부문 글로벌 경쟁심화, 기술변화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인일자리ㆍ공공행정 취업자 등 공공일자리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공공일자리는 지난해 1~3분기 기준 월평균 208만 명으로 10년 전인 2015년(113만 명)과 비교해 1.8배 증가했다. 공공일자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일자리 규모도 같은 기간 3.7배 급증했다.

이 과장은 "공공일자리는 2024년부터 국내 고용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공급하는 직접일자리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과 소득 안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내수 부진에 대응해 그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내수 개선ㆍ정년 연장 ‘변수’⋯“기업 규제 개선해 일자리 창출을”

한은은 대내외 상황 속 민간고용을 포함한 국내 고용의 추세적 하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내수와 정년 연장 등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올해 내수 개선에 따라 민간고용은 6만 명으로, 5만 명 수준이던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될 것"이라며 "민간고용 추세 대비 차이를 의미하는 민간고용 갭 역시 -8만 명 수준에서 올해 -2만 명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도 파급력이 크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65세로의 점진적 정년 상향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정 정년 65세 일괄 상향’ 법안을 발의했다. 야당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직무별로 정년 연장을 달리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정년 연장 정책에 따른 (고용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정책인 만큼 이번 연구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정년 연장 시행 시에는 65세 이상 노인일자리 규모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발 일자리 축소 등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도 강화돼 기업 고용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기업이 조금이라도 더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을 채용할 만한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총고용이 공공일자리로 인해 국내 거시경제과 노동시장 여건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민간고용 흐름을 경제상황 분석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에 의한 통계 착시를 해소하고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순 민간 고용지표'를 개발, 지난해 8월 수정경제전망에 '순 민간고용' 추정치를 반영했다.

이 과장은 "고용상황 판단 시 총고용만 고려하기보다 민간고용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구직자가 노인일자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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