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시대’, 레스토랑의 생존법…‘푸짐함’ 대신 ‘한입 사치’

미국 성인 8명 중 1명, GLP-1 약물 사용 경험
외식 덜하는 경향 확산 우려
레스토랑은 메뉴 소량·고급화 나서
‘푸짐함’보다 ‘미식 경험’ 경쟁 시대 전환 예상

(게티이미지뱅크)

체중 감량 주사로 유명한 오젬픽과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의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외식업계가 소량·고급화로 메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3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레스토랑들은 손님들이 오젬픽 등의 영향으로 인한 식욕 억제 효과로 외식 빈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양은 줄이되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소량 메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오토스’는 최근 소량의 고급 요리를 제공하는 ‘엑스퀴짓 바이트(절제된 한 입)’라는 메뉴를 출시했다. 이 레스토랑의 주인 오토 테파세는 “호사는 그대로 누리되 양만 줄였다”고 말한다.

이 레스토랑이 이러한 메뉴를 선보인 것은 주인이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 중인 한 단골손님이 “외식을 덜 하거나 하더라도 이전만큼 많이 먹지는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영국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팻 덕’, 런던과 두바이에 지점을 둔 ‘더 뱅크’ 등 여러 고급 레스토랑들도 고급 식자재를 이용한 소량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 여러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렌윅 호스피탈리티 그룹은 스낵 크기 요리를 메뉴에 새롭게 추가했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물은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 작용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량을 돕는다. 전 세계적으로 해당 약물에 대한 수요는 2024년 기준 54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제약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며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8명 중 1명은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리서치기관 KAM은 영국 성인 인구의 4~7%가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채식주의자나 식품 알레르기 보유자 비율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수치로 보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약물의 주요 사용자층이 외식 소비력이 높은 중·고소득층이라는 점이다. KAM에 따르면 GLP-1 사용자 중 57%는 특별한 경우에만 외식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외식업계로서는 매출 감소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음식 섭취량은 줄어들어도 고급 식재료와 특별한 경험에는 비용을 지불하는 성향은 여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조니 포사이스는 “소매업에서는 제품 크기를 줄이더라도 단위당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심리가 외식업계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GLP-1 약물 사용자의 확산이 외식 문화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레스토랑들은 ‘얼마나 푸짐하게 주느냐’보다는 ‘얼마나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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