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고] 전 세계가 'AI 독립전쟁'⋯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2026년,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우리 곁에서 생각하고, 기억하고, 움직이며, 때로는 우리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경험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 AI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기술은 수단일 뿐, 본질은 ‘누가 통제권을 쥐느냐’다.

생성형 AI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픈AI 챗GPT의 독주 체제는 무너졌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와 동영상 생성 모델 ‘Veo’로 무장하며 맹추격 중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넓은 사용자 기반을 무기로 생태계 전반에 AI를 통합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B2B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엔터프라이즈 API 점유율에서 오픈AI를 크게 앞서며 ‘일할 때 쓸만한 AI’로 신뢰를 쌓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더욱 흥미롭다. 미국은 AGI(범용인공지능)와 ASI(초인공지능)를 연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 같은 거시적 질문을 던진다면, 중국은 당장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실용적 AI에 집중한다.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는 최근 제미나이나 GPT-5 수준에 맞먹는 ‘V3.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적은 비용으로도 똑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증명이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AI를 활용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제는 ‘AI 독립전쟁’이다. 인프라부터 데이터, 인력까지 자국 기술로 통제하는 ‘소버린 AI’가 21세기 패권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거대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국가적 ‘AI 주권 선언’이 시작된 것이다.

AI 경쟁의 초점은 점점 ‘얼마나 잘 대답하느냐’에서 ‘얼마나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이제 콘텐츠 생성을 넘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복잡한 전략을 자율 실행한다.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쇼핑 혁명, ‘에이전틱 커머스’가 시작됐다. AI 에이전트가 추천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기 어려운 시대, 즉 ‘AI의 간택’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변화는 디지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는 이제 화면을 넘어 현실 세계로 나오고 있다. 2026년은 AI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해다. 곧 열릴 CES 2026에서도 이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로봇에 AI를 넣은 게 아니다. VLA(비전-언어-행동) 아키텍처를 통해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피지컬 AI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이유는 세 가지 혁신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생성형 AI가 로봇 구동에 필요한 복잡한 코딩 작업을 혁신적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과거 수개월이 걸리던 프로그래밍이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만에 완성된다. 둘째, 학습 방식 자체가 혁신되고 있다. 사람이 직접 VR 헤드셋을 쓰고 행동을 시연하면 AI가 이를 관찰하며 학습하는 ‘전이·모방학습’이 가능해졌다. 복잡한 데이터 라벨링 없이도 직관적으로 AI에게 동작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월드 모델’ 개념의 등장이다. 가상 공간에 물리법칙과 환경의 세부 요소를 정교하게 반영해 실제 세계처럼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 실물 로봇으로 수천 번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가상에서 수만 번의 학습을 순식간에 완료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며 피지컬 AI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은 ‘도구’에서 ‘상호작용의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 AI가 나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내 취향이 무엇인지 기억하며 맥락에 맞게 응대한다. 이 ‘메모리 기능’은 사용자를 붙잡는 강력한 록인 효과를 만든다. 나를 잘 아는 AI를 떠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동반자 AI’로 이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2025년 생성형 AI 활용 분야 1위가 테라피와 컴패니언이었다. 미국 청소년 72%가 AI 친구와 개인적 대화를 나눴고, 40%는 AI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느낀다.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과도한 의존은 문제다. 미국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미 ‘AI 사이코시스’라는 용어로 경고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거대한 전환 앞에서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앞으로 10년, AI는 소프트웨어로 스며들고 하드웨어로 우리 곁에 선다. 딱딱한 기기부터 부드러운 인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함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보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업무를 위임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과거 팀장이 사람들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들을 관리하고 이끄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 실제로 기업 리더의 36%는 5년 내 자신의 팀이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직 구조도 바뀐다. 경직된 ‘조직도(Org Chart)’에서 유연한 ‘워크 차트(Work Chart)’로 전환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인간과 AI 에이전트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는 것이다. 준비된 자만이 이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AI를 단순히 도구로 쓰는 것을 넘어 AI 팀원을 이끌고 협업하는 ‘에이전트 보스’로 거듭나야 한다. 2026년은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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