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수요예측 경쟁률·의무보유 확약·시초가 등 삼박자가 어우러지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공모액이 늘었고, 하반기 수요예측 제도 개선 이후 기관 투자자 확약 비중이 급증하면서 시장 건전성이 강화됐다. 동시에 종목 별 온도 차는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30일 기업 컨설팅 업체 IR큐더스가 발표한 '2025년 IPO 시장 요약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사는 총 77개사(스팩·코넥스 상장·재상장 제외)로 집계됐다. 전년(78개사)과 유사한 수준이나, 공모액은 4조5667억 원으로 지난해(3조9751억 원) 대비 14.9% 늘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7개사(리츠 1개 포함), 코스닥 70개사였다.
공모가 결정 양상은 ‘강세장’에 가까웠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또는 상단 이상)에서 정해진 기업은 67개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밴드 하단 또는 미달로 분류된 기업은 10건(하단 3건·미달 7건)에 그쳤다. 다만,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넘어서는 ‘초과 공모’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체감 수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올해 새내기주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상승률은 89.2%로, 지난해(64.4%)보다 24.8%p(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상장사의 약 90%에 달하는 69개사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시초가를 형성했다. 특히 바이오와 첨단 기술 섹터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큐리오시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 △이노테크 △그린광학 등이 높은 시초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뜨거운 열기는 경쟁률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 이상인 기업 비중은 46.8%(36개사), 일반청약 1000대 1 이상은 48.1%(37개사)로 집계됐다. 일반 청약에서는 삼진식품(3224.8대 1)을 비롯해 아로마티카, 노타, 이노테크 등이 2000대 1을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IPO 시장 가장 큰 변화로는 ‘확약의 복귀’가 꼽힌다. 2025년 기관투자자의 평균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18.8%로, 지난해(6.5%)보다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 7월 ‘확약 우선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스투더블유 상장 이후) 신규 상장사 23개사의 평균 확약 비율은 40.7%까지 급증했다. 이 기간 확약비율 60%를 넘긴 사례도 5건(명인제약·그린광학·씨엠티엑스·에임드바이오·알지노믹스) 나왔다. 반면, 세나테크놀로지(확약 비율 17%), 더핑크퐁컴퍼니(30%), 이지스(6.31%) 등 확약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일부 기업은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했다.
시장 활황 속에서도 양극화 그늘은 존재했다. 에이모, 메를로랩, 케이뱅크 등 33개 기업이 심사를 철회하거나 공모를 포기하며 증시 입성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거래소 심사 기조가 깐깐해지고, 투자자들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준비가 부족한 기업들은 과감히 시장에서 배제되는 흐름이 정착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가오는 내년 IPO 시장은 '대형 딜(deal) 모멘텀'과 '제도적 변수'가 동시에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케이뱅크, 에식스솔루션즈 등 청구서 제출 기업을 비롯해 무신사, 업스테이지, 빗썸, 구다이글로벌, SK에코플랜트 등 조 단위 기업가치가 언급되는 대어(大魚)들이 상장을 타진하고 있다.
IR큐더스 측은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제도 개선 효과로 내년에는 종목 별 확약비율 차이가 더욱 커지는 등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1분기로 예정된 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대형급 IPO 추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