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환율에 널뛰는 시장…변동성 대응에 주가 ‘희비’ [환율이 흔드는 증시②]

‘고환율 공포’에 투자심리 위축
정부 개입 시사후 환율 큰폭 하락
외인 순매수 1조7290억 ‘개선’
수출기업 실적 증가 ‘고환율 수혜’
항공ㆍ정유사 등은 비용 늘어 부담
“환율 하향안정시 선별장세 강화”

▲2025년 증시폐장일인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6.39포인트(0.15%) 내린 4214.1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움직임이 연말 증시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고환율 부담 속에서도 당국의 개입 신호와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은 불안과 안정을 오가는 국면을 이어갔다.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이 환율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업종과 기업별 주가 흐름의 온도 차도 뚜렷해졌다. 증권가는 환율이 정점 국면을 지나 점진적인 안정 흐름으로 이동해야만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선별적 반응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 환율 상승 국면, 외국인에 불리한 투자 환경 =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시작했던 9월 11일부터 환율도 1400원대 중반이 새로운 기준이 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기간 흐름만을 놓고 보면 지수와 동조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1500원을 돌파할 거란 공포감이 컸던 23일 증시는 위축됐다. 미지의 영역 앞에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는 추세에선 외국인의 투자를 위축시킨다. 원화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자산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랠리(9월 11일~12월 23일) 기간 외국인 투자는 5조9983억 원어치 감소했다.

24일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 의지·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수위의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날에도 환율이 급등락하자 코스피 투자심리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심리도 1조7290억 원(26일 기준) 순매수로 개선됐다.

증권가에선 이번 대책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평가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환율 변동성 완화와 함께 해외 자금의 국내 유입을 기대하는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440원 선을 밑도는 흐름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IT와 산업재 등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대형 수출·제조업을 중심으로 4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대응력에 따라 갈린 기업 주가 = 환율은 기업에 따라 호재로도 악재로도 작용한다. 보통 수출 기업이 달러 대금을 결제받으면 전체 원화가 늘어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예컨대 IBK투자증권이 LG이노텍의 4분기 매출액은 3분기 대비 44.1% 증가한 7조7368억 원으로 이전 전망 대비 증가한 규모로 수정했던 주된 이유가 원/달러 환율 상승이었다.

실적 개선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 목표주가는 27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의류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을 공급하는 영원무역은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이상으로 매출단부터 순이익단까지 환 효과를 보는 기업으로 지목됐다.

반면 항공주의 경우 환율 상승이 반갑지 않다. 경쟁 강도가 심화되는 속에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가 영업비용에서 불리한 가장 큰 이유는 환율로 외화 결제 영업비용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엔데믹 이후 기재 확충으로 리스료 증가와 공급 증가에 따라 정비비와 보험료 부담도 확대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제트유 역시 기본적으로 달러에 연동되는데, 국제선 비중 증가로 공항 관련 비용도 외화 결제 비중이 상승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통상적으로 정유·항공·철강·면세 기업의 경우 환율이 오를수록 이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증권가 방향성은 하향 안정 = 과거 원화 가치는 중국 위안화와 같이 움직였다. 그러나 최근 이런 위안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면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화-위안화 간 탈동조화는 트럼프발 정책 디커플링에 희비가 엇갈린 상황으로 본다”며 “관세는 물론 대미투자 압박 등에서 중국(위안화)이 한국(원화)보다 나은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권 연구원은 다만 “원화의 프록시 헤지(대체 수단을 활용한 간접 헤지) 기능을 고려하면 위안화와 완전한 탈동조화를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환율 개입 의지로 급상승 국면을 피하면서, 하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원화 가치가 급격한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은 추가 상승보다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원화 약세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외환당국 실제 개입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은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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