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까지 칩 공급

삼성전자가 자체 프리미엄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BMW의 차세대 전기차 ‘뉴 iX3’에 공급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과정에서 핵심 반도체 파트너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20’을 BMW 신형 전기차 ‘뉴 iX3’에 공급했다.
‘뉴 iX3’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BMW가 추진하는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가 처음 적용된 양산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뉴 iX3를 시작으로 BMW의 차세대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 모델까지 엑시노스 오토 칩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7시리즈에 5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최신 제품 ‘엑시노스 오토 V920’이 탑재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엑시노스 오토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차량용 IVI 프로세서로, 실시간 주행 정보 제공과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콘텐츠 구동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9년과 2021년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엑시노스 오토 칩을 공급한 바 있다. 이번 BMW 수주는 진입 장벽이 높은 독일 완성차 업체까지 고객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뉴 iX3에 적용되는 엑시노스 오토 V720을 비롯해 V820, V920 등은 모두 기능안전성(FUSA) 검증을 거쳤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대폭 강화돼 BMW가 추진하는 전동화·SDV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반도체로 꼽힌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ARM의 최신 전장용 CPU 10개를 탑재한 데카코어 프로세서다. 이전 세대 대비 CPU 성능은 약 1.7배, GPU 성능은 최대 2배, AI 연산 성능은 2.7배 향상됐다. LPDDR5 메모리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이처럼 BMW를 상대로 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성과는,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에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지난해와 올해 분기별로 적게는 6000억 원, 많게는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 난이도 상승과 선단 공정 중심의 대규모 투자 부담이 수익성을 저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BMW 수주를 계기로 비메모리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점은 기술 경쟁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비롯해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닌텐도 스위치2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굵직한 수주를 잇따라 확보했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비메모리 수주 흐름과 대비되는 변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를 전후해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