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계약 해지ㆍEV 수요 둔화 겹쳐…업종 전반 재평가 국면

지난 7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이차전지주가 하반기 들어 급격히 꺾였다. 불과 두 달 사이 대표 지수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업종 시가총액은 50조 원 넘게 증발했다. 단기 조정을 넘어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환경 변화가 겹치며 내년까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두 달 전 대비 17.8% 하락한 3146.63을 기록했다. 지수는 10월 29일 3826.03에서 679.40포인트(p) 밀렸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 주요 종목들의 시가총액도 285조6343억 원에서 230조9419억 원으로 줄어들며 약 54조7000억 원이 증발했다.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셀 업체를 중심으로 POSCO홀딩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ㆍ에코프로ㆍ에코프로머티, SKC 등이 포함돼 있다. 배터리 셀부터 양ㆍ음극재, 소재, 지주사까지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지수로, 업종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같은기간 51만4000원에서 38만 원으로 내려앉으며 두 달 만에 약 26%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20조2760억 원에서 88조4520억 원으로 줄어 약 32조 원이 증발했다. 2차전지 TOP10 전체 시가총액 감소분의 절반 이상이 LG에너지솔루션 한 종목에서 발생한 셈이다.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는 12월에만 두 차례 발생한 대규모 계약 해지가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6일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의 3조9000억 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앞서 17일에는 미국 포드와의 9조6000억 원 규모 계약 해지도 발표했다. 두 건을 합치면 총 13조50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차전지 사업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13만7000원에서 10만3100원으로 25% 하락했다. 배터리 셀뿐 아니라 소재ㆍ정유ㆍ화학을 아우르는 대형 종목들까지 동반 조정을 받으면서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리스크 가 확산하고 있다.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불과 4개 월전인 7월 한 달 동안 15% 넘게 상승하며 거래소 테마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리튬 가격 반등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 규제 강화, 중국산 흑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 등이 겹치며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수혜 기대가 부각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했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중단 이후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비 규제와 내연기관 판매 규제가 완화되며 전기차 확산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 수요를 단숨에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혁신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중단과 규제 완화 등 정책 변화로 전기차 수요와 공급 곡선이 동시에 불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가 특정 업체로 쏠리며 시장 전체 수요가 확대되지 못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 역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부진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내년까지도 업황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